지난해 금리 상승 및 주식·부동산 시장 부진 여파에 가계가 투자와 대출을 줄이고 여윳돈을 주로 예금에 넣는 현상이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6일 공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182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146조9천억원)과 비교해 1년 새 35조9천억원 늘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순조달)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문혜정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작년 가계의 여윳돈(순자금 운용액)이 증가한 데 대해 "소비가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늘었지만, 소득이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자산으로 순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한 규모가 전년보다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9만원으로 2021년(363만원)보다 7.2% 불었다. 근로소득이 늘었을 뿐 아니라 소상공인 손실보전 등 이전소득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263조4천억원)는 1년 전(340조3천억원)보다 약 77조원 줄었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특히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1년 사이 95조9천억원에서 18조6천억원으로 급감했다.
투자펀드를 제외하고 가계는 지난해 국내외 주식을 40조6천억원어치 사들였는데, 이는 2021년(112조9천억원)보다 72조3천억원이나 적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가계의 저축성예금은 82조2천억원에서 182조9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21년 20.8%에 이르렀던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투자펀드의 비중은 2022년 17.8%까지 떨어졌다. 반면 예금(43.5%) 비중은 1년 전(41.0%)보다 늘었다.
아울러 가계는 지난해 총 80조6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전년(193조4천억원)과 비교해 조달액이 112조8천억원이나 줄었다.
자금조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대출)도 189조6천억원에서 66조8천억원으로 급감했다.
문 팀장은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 부동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가계의 대출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작년 순조달 규모가 175조8천억원으로 1년 전(66조3천억원)보다 109조5천억원 늘었다. 175조8천억원은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순조달액으로, 그만큼 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지난해 많은 자금을 끌어 썼다는 얘기다.
자금 조달 방법 가운데 채권 발행이 29조1천억원에서 49조원으로, 금융기관 차입(대출)이 174조3천억원에서 180조2천억원으로 불었다.
문 팀장은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 기업들의 순조달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며 "직접금융 조달 여건이 나빠져 주식 발행은 축소됐지만, 공기업의 채권 발행과 민간기업의 대출을 중심으로 조달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정부 역시 순조달 규모가 1년 사이 11조1천억원에서 39조3천억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재정집행 등으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