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순천 산불, 만 하루만에 진화...축구장 875개 불탔다

입력 2023-04-04 17:50


전남 함평과 순천에서 대응 3단계 규모까지 확대됐던 산불의 주불이 꼬박 하루 만인 4일 오후에야 잡혔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축구장(0.714㏊) 약 875개, 여의도 면적 2.9㎢의 약 2.2배에 달하는 산림이 훼손됐다. 공장과 축사 등 산림과 인접한 시설물이 불에 탔고, 주민 수십명이 불안 속에서 밤을 보내는 등 부수적인 피해도 잇달았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전날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산 128 일원에서 시작한 산불의 주불을 이날 오후 4시쯤 진화했다. 헬기 11대, 인력 990명, 장비 574대 등이 이틀째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27시간 41분 만에 잡은 이번 산불의 영향 구역은 475㏊로 추정된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복분자 가공 공장 4개 동, 축사와 비닐하우스 각 2곳 등 시설물 8곳이 불에 탔다. 주민 43명이 경로당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당국은 양봉장 쓰레기 소각 행위가 산불로 확산한 것으로 보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전날 오후 1시 40분께 순천시 송광면 봉산리 산 188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의 주불은 이날 오후 3시 10분쯤 진화됐다. 약 25시간 만에 잡힌 이번 산불의 영향 구역은 150㏊로 잠정 파악됐다.

헬기 12대·인원 462명·장비 42대 등이 진화 작업에 투입됐고, 송광면 2개 마을 주민 56명은 경로당 등으로 몸을 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으며, 산림 당국은 잔불 정리를 마치는 대로 조사에 착수해 원인·피해 면적·재산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당국은 인근 공사장에서 시작된 화재가 산림으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한다.



함평과 순천에서 발생한 산불의 확산 속도가 빨랐던 것은 건조한 날씨 탓에 메마른 산림이 장작처럼 탔기 때문이다. 불씨가 바람을 타고 이동해 진화 작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함평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강한 바람까지 더하면서 진화율이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조차 벅찼다. 안전사고 우려에 산불 진화 헬기가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 야간 시간대 불길이 번지면서 산림 피해 면적은 밤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틀간 산불로 인한 영향 구역은 함평 475㏊, 순천 150㏊ 등 합산 625㏊(6.25㎢)로 추정된다. 축구장 875개와 맞먹고, 여의도 2.2배에 달하는 산림이 산불 피해를 봤다.

가뭄과 건조한 날씨가 지속한 올해 봄에는 전남지역 산불이 전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2일 기준 전남지역 올해 산불 피해 면적은 축구장 약 111개에 달하는 79.42ha(41건)로 지난해 전체 피해 규모를 이미 웃돌았다.

이날 오후 제주에서 내리기 시작한 비가 전국으로 확산하면 당분간 산불 확산세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