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인터뷰를 통해 올해 안에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겠다고 밝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성난 민심에 연일 수위를 낮추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더니, 오늘(4일) 한경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없애야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다'고, 한 발 더 물러났습니다.
먼저 박승완 기자의 보도입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 확실히 개인투자자들이 이야기하는 불공정함이 허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소액투자자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거하면서 전면 재개를 어떻게 하냐에 대한 방법론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느냐 마느냐에 앞서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 기준에 맞춘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것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를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개인보다 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근본적인 개선책을 찾을 계획입니다.
실제로 공매도 조건을 두고 외국인과 기관에 비교해 개인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개인은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90일 이내 갚아야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무제한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주식을 빌렸을 때 잔고로 유지해야 하는 비율(담보 비율) 역시 개인(120%)이 외국인·기관(105%)보다 높습니다.
기관은 예탁결제원과 같은 대형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지만 개인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공매도 거래가 가능하고, 주식 종류와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역차별로 꼽힙니다.
제도개선과 별도로 이 원장은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을 기준 금리가 내려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섣부른 공매도 재개는 한국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세계적으로 금융기업 건전성에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부실 우려에 공매도가 집중되면 실제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임동민 / 교보증권 연구원 : 내년에는 경제가 확실하게 다운사이클(하락세)로 접어들 거예요. 너무 빨리 (금리를) 내리면 중앙은행의 정책 일관성이 공격받을 수 있어요. 주가가 급락하면서 모든 사람이 그 은행이 부실하다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이런 위기감이 있을 때 공매도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어요.]
이 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국채지수와 MSCI선진지수 편입 필요성은 분명히 했습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 세계국채지수 편입은 노력에 따라서 올해, 늦더라도 내년 상반기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MSCI선진지수 편입은 이번 정부 내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올해 안에 자본시장 선진화와 개인투자자 권익을 보호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평평하게 만드는 공매도 제도개 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