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지지해온 현지 유명 군사 블로거가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폭발 테러 용의자로 20대 여성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우니베르시테트스카야 나베레즈나야' 거리에 있는 한 카페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
TNT 폭약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날 폭발 사고로 러시아 군사 블로거로 널리 알려진 블라들랜 타타르스키가 숨지고 당시 카페에 있던 약 30명도 부상을 입었다. 카페 건물은 유리가 모두 부서지는 등 크게 파손됐다.
부상자 가운데 20여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다수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타타르스키는 실제 이름이 막심 포민으로 러시아군이 대부분의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는 50만명 이상의 독자를 거느린 유명 블로거로, 러시아군이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왔으며 최근에도 러시아군의 작전과 인사 등에 대한 논평을 써왔다.
지난 1월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잃은 책임을 물어 경질했던 알렉산드르 라핀 중장을 육군 참모총장으로 지명한 데 대해 "라핀이 맡을 새 직책은 쓸모없는 역할이 될 것"이라며 비판적 논평을 내기도 했다.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타타르스키의 사망을 사고사가 아닌 살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타스 통신에 TNT 200g 규모의 폭발물이 터지면서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타스 통신은 타타르스키가 이날 카페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을 때 한 여성이 그의 모습을 형상화한 반신 석고상을 그에게 선물했다며, 폭발물이 이 석고상 안에 들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사고 당시 카페에 있던 한 목격자도 타타르스키가 선물로 받은 석고상을 살펴보고 탁자에 놓은 지 몇 분 지나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사고 이후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수사당국이 타타르스키 살해 용의자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26세 여성 다리야 트레포바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트레포바가 문제의 석고상을 카페에 가져온 인물로 볼 신뢰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그러나 사고 이튿날인 3일 자국 내무부(경찰) 발표를 인용해 "트레포바의 어머니와 자매가 조사를 받았으며, 트레포바는 아직 수배 중"이라고 정정했다.
러시아 내무부도 "1997년생 다리야 트레포바가 형사 사건으로 수배 대상에 올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