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사이드]
美, IRA 세부 지침 공개
외신이 바라본 배터리·전기차 업계 영향은?
오늘 우리가 한 발 더 깊게. 또 더 넓게 살펴봐야 할 월가 소식들 짚어보시죠. 지난주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세부 지침이 곧 발표될 거란 보도가 나온 뒤 시장의 관심은 세부 지침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쏠렸는데요. 지난 주말 사이 세부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한국 입장에선 여러 우려가 일단은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오늘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 지침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와 함께 주요 외신들의 분석 짚어보겠습니다.
그럼, 먼저 현지 시각 31일 재무부가 공개한 세부 지침 내용부터 확인해볼까요. 이번에 공개된 지침은 현지 시각 4월 18일부터 발효됩니다. 작년 8월부터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가 세액 공제 대상이었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지침에 따라 18일부터는 배터리 부품과 광물 요건도 충족해야 세액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부품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배터리 부품 50% 이상을 북미산으로 조달해야 하고요. 광물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약 40%를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재무부는 핵심 광물을 다른 곳에서 조달해도 미국 혹은 FTA 체결국에서 가공 등을 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겠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배터리 부품 요건과 광물 요건을 만족할 경우 각각 3,75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 최대 7,500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재무부는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을 핵심 광물 원산지 인정 국가에 포함했고요. 이후 유럽연합과도 비슷한 협상을 타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배터리 부품 및 광물 충족 비율은 현재 50%와 40%로 설정되어 있는데요. 해당 비율은 매년 증가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2029년 모든 배터리 부품은 미국에서 조달해야 하고요. 핵심 광물은 2027년부터 80% 이상을 미국 혹은 미 FTA 체결국에서 공급해야 합니다.
이어서 국내 반응도 짚어볼까요. 관련 업계는 일단 세부 지침 공개에 안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산업부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전하며, 정부의 요청 사항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봤는데요. 업계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가 당장은 핵심 광물 요건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미국 정부와 협상에 따라 추가될 여지가 있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지난해 말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의 경우 북미산이 아니더라도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만큼 현대와 기아는 상업용 전기차 시장 비중을 최대한 확대한다는 전략인데요.
국내 배터리 업계는 세부 지침 중 배터리 부품 정의 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현재 국내 기업들은 부품으로 규정된 양극판과 음극판은 미국에서 만들고 있지만, 양극판과 음극판을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는 국내에서 제조하고 있는데요. 양극재와 음극재는 부품이 아닌 광물로 규정된 만큼 한국에서 생산해도 되며, 이는 국내 업체들이 기존의 가공 절차를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또, 핵심 광물을 중국에서 조달해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내에서 이를 추출하고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요건을 맞출 수 있는 만큼 업계는 다행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세부 지침에 따르면 2024년부터 우려 국가의 부품은 사용할 수 없고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사용이 금지됩니다. 재무부는 우려 국가에 어떤 나라가 포함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이후 가이던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때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부가가치 창출 조항에 따라 중국 광물을 써도 되지만, 미래에는 쓸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국내 반응 확인해봤는데요. 그렇다면 외신들은 이번 세부 규정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전반적으로 세부 규정이 너무 복잡하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기차 점유율 전쟁의 승자와 패자가 누가 될지 더욱 알 수 없어졌다고 봤고요. 단기적으로는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종류가 줄어들 것이라고 봤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 수는 없으나, 주요 기업들의 발표 등을 인용하며 대략적인 분석을 내놨는데요. 일단 테슬라와 GM은 배터리 부품 요건은 맞출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광물 요건은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요. 또 포드의 경우 중국 CATL과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걸 두고, 이에 대한 제재 규정은 없어 보조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정치적 위험이 따른다고 봤습니다. 현대 등 해외 기업은 수요가 증가할 수도 있다고 봤는데요. 상업용 전기차는 북미산 제조 조항을 면제해주는 등 유리한 조건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업계가 전반적으로 투자를 통해 미국 내 배터리 산업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외신들이 보기에는 또 한 가지 변수가 남아있는데요. 바로 미국 의회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입법을 주도해온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 세부 규정 발표 전부터 재무부의 세부 규정이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면, 법정 공방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발표 후에는 법안 취지를 완전히 무시했다며 끔찍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조 맨친 상원의원뿐만이 아닙니다. 공화당 인사들도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회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 이예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