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늘어 1년 2개월 만에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반도체 생산이 17%나 급감하면서 아직 최근의 경기 둔화 흐름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全)산업 생산지수는 109.4(2020년=100)로 전달보다 0.3% 늘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해 10월(-1.1%)과 11월(-0.5%) 감소한 뒤 12월(0.1%), 1월(0.1%), 2월(0.3%)에 걸쳐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광공업 생산은 제조업 생산이 3.1% 줄고 전기·가스업 생산도 8.0% 줄면서 3.2%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17.1%, 작년 같은 달보다는 41.8%나 급감했다. 반도체 생산의 전월 대비 감소 폭은 2008년 12월 -18.1%를 기록한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대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조금씩 안 좋았고 특히 최근에는 시스템 반도체도 생산량이 줄어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도 전달보다는 0.7%포인트 내렸지만, 여전히 120.1%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 능력지수 역시 전달보다 0.2% 줄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1971년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간 감소다.
서비스업 생산은 운수·창고(5.4%), 숙박·음식(8.0%)을 중심으로 0.7% 늘었다.
양호한 날씨, 코로나19 유행 둔화 등으로 외부 활동이 늘면서 대면 업종이 호조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6.4%)와 승용차 등 내구재(4.6%), 의복 등 준내구재(3.5%) 모두 판매가 늘며 5.3% 증가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11월(-2.3%), 12월(-0.2%), 올해 1월(-1.1%)에 걸쳐 3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2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은 석 달 연속 하락한 기저효과와 대규모 할인 행사 전기차 보조금 재개 등으로 음식료품 승용차 판매 등 증가로 소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늘면서 전달 보다 0.2% 증가했다. 건설기성도 건축과 토목 공사 실적이 늘면서 6.0% 증가했다.
전산업 생산과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가 모두 증가한 것은 2021년 12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반년 만에 상승으로 돌아선 것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김보경 심의관은 "생산과 소비, 투자가 늘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 전환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 흐름이 큰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소비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이 호전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아 (경기가 좋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