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나스닥100이 불장에 진입했다는 소식 전해주셨는데, 오늘도 미국 증시 상승 마감했습니다. 오늘 미 증시 주요 체크포인트 살펴볼까요.
<기자>
월가의 투자심리가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바클레이즈는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기업의 실적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은 선에서 금리 인하를 불러올 수 있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둔화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고, 기술주에 대한 평가가 과하다는 일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오늘도 S&P 500의 기술주는 1.09% 상승하면서 11개 섹터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S&P500 변동성 지수 VIX는 20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요동쳤던 미국 국채수익률 흐름도 진정되는 모습이고요. 한 주 전까지 32를 기록했던 CNN 공포와 탐욕지수도 오늘 장 이후 44까지 올라왔습니다. 공포에 질렸던 시장이 다시 탐욕을 향해 가고 있는 겁니다.
미 증시 개장 직후에는 헤지펀드 사이언 캐피털의 설립자이자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냈던 마이클 버리가 이번에는 자신이 틀렸음을 또다시 인정하기도 했지요. 자산 시장이 붕괴될 때 부를 창출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앞서 마이클 버리는 지난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의 금리결정을 앞두고 '팔라'는 짧은 트윗을 올려 화제가 되었었는데, 오늘은 '내가 '팔라'고 했던 것은 잘못된 발언이었다'라는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그동안 하락장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은 '바이 더 딥' 전략으로 들어온 투자자들이 맞았다는 겁니다. 1920년대와 지금이 다른 점은, 100년 전에는 소위 '야수의 심장'이라 부를 수 있는 '바이 더 딥' 세대(마이클 버리는 이를 BTFD라고 불렀습니다)가 없었다는 풍자적인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S&P 500 주요 섹터 중에 유독 은행주들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어떤 요인 때문일까요.
<기자>
두 가지 요인 정도를 생각해볼 수가 있겠습니다. 우선 백악관이 중형 은행들의 규제를 강화하도록 촉구한 것이 지역은행주의 주가에는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백악관은 현재 2년에 한 번 취해지는 중형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연 1회로 강화하고, 은행의 자산이 1천억 달러에 도달하면 스트레스테스트 기간을 단축하기를 요구했습니다. 연방 차원에서 금융감독 기구의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고요. 이러한 조치는 의회의 승인 없이도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은행 자금조달 프로그램 등 은행권 급한 불 끄기에 나섰던 정부가, 이번에는 채찍을 든 셈입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그동안의 규제 완화 노력이 너무 지나쳐 위기에 기여했을 수 있다'며 '현재의 감독·규제 체제가 적절한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고요. 은행 뿐 아니라 전통적인 규제 밖에 있는 '그림자 금융' 부문에도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 최대의 증권사인 찰스 슈왑에 대한 위기감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모건스탠리가 개장 전 보고서를 냈습니다. 찰스 슈왑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리고, 목표가도 68달러로 낮췄습니다. 최근 찰스 슈왑의 고객들이 계좌에서 머니마켓펀드, 즉 단기 국공채 시장 등으로 현금을 생각보다 많이 이동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모건스탠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규모에 두 배에 달하는 월 200억 달러의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것은 찰스 슈왑에게는 더 높은 자금조달 비용이 필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익성 악화를 뜻하고요.
미실현 손실과 같은 불안한 뉴스가 고객의 심리를 자극해 예금이 빠져나가고, 결국 실제 손실을 보면서 자산을 팔다 결국 폐쇄로 이어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유사한 '약한 고리'가 찰스 슈왑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남아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런 흐름이 SVB와 같은 위기로 이어진다고 볼 가능성은 아직은 낮습니다. 조금 깊이 들어가보자면 2022년 11월 기준으로 찰스 슈왑의 자산 포트폴리오 중 모기지저당증권의 미실현 손실은 158억 달러 수준입니다. 만기까지 보유할 수만 있으면 미실현 손실은 말 그대로 실현되지 않고 사라지지요. 그러면 중요한 지점은 이 대형 금융서비스 회사가 손실을 보면서까지 자산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느냐 그렇지 않으냐인데, 현재까지 찰스 슈왑의 CEO는 1천억 달러 이상의 예금 인출을 감당할 수 있는 유동성이 있다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