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며 시 주석을 우크라이나에 초청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최전선과 멀지 않은 북동부 수미 지역에서 수도 키이우로 돌아오는 열차에서 AP 통신과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시진핑)를 여기서 만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와 대화하길 원한다. 나는 (작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면전이 벌어지기 전 그와 접촉한 적이 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지난 23일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측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이달 20~22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화상 회담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을 찾은 시 주석을 극진히 환대했으나,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은 공식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등과 국경을 맞댄 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확약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로부터 눈길을 돌릴 목적으로 깜짝 발표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그게 무슨 의미이겠느냐"면서 "그건 그 방문이 러시아에 좋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을 만날 준비가 됐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일단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관련 각측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정상 간 소통에 대해서는 "제공할 수 있는 소식이 없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서방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도네츠크주의 소도시 바흐무트를 점령하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7개월째 소모전을 감수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 단계에선 어느 전선에서든 패배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이 격전을 이어갈 동력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단계를 포기할 수 없다. 전쟁은 여러 조각의 승리로 이뤄진 파이와도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흐무트를 러시아에 빼앗길 경우 우크라이나가 국내외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피로감을 느끼고, 그들(러시아)과 타협하도록 나를 밀어붙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푸틴은 서방과 자국 사회, 중국, 이란을 상대로 그러한 승리를 선전할 것"이라면서 "그가 피를 느끼고 우리가 약해졌다는 냄새를 맡는다면 그는 더욱더 밀어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바흐무트에서의 패배가 전술적 손해보다 더욱 큰 정치적 패배로 이어질 것임을 시인한 것이라고 AP 통신은 해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4년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유력 주자들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에 부정적 기류를 보이는 데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면서 "미국은 그들이 돕길 멈춘다면 우리가 이길 수 없다는 걸 진실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지난달로 1년을 넘어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을 아꼈다.
대신 '매우 큰 나라, 큰 적, 큰 군대'를 상대로 일련의 '작은 승리'와 '작은 단계'들을 거쳐 결국은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면서 "(이번 전쟁은) 우리를 바꿔놓았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으로 나라를 분열될 수도 있었다"면서 "나라가 위태로워진 순간 우리가 길을 찾고 국토를 구해낸 것에 대해 모든 협력국과 국민, 신께 정말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함께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