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가 흑인 인권단체가 쓰는 세 줄 문양에 상표권 침해를 주장했다가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지난 27일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캠페인에 사용되는 삼선에 대한 BLM 글로벌 네트워크의 상표권 신청을 수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미국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아디다스는 "BLM이 신청한 디자인은 겉모습이나 인상에서 아디다스의 삼선과 혼동될 방식으로 삼선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디다스의 상품과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상표권 신청자(BLM 글로벌 네트워크)의 표식으로 제공되는 상품, 서비스가 아디다스와 같은 곳에서 온 것으로 추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흑인 인권단체인 BLM 글로벌 네트워크는 지난 2020년 11월 세로로 세운 노란 삼선 중간에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를 넣은 문양에 대한 미국 내 상표권을 신청했다.
BLM은 미국 내에서 자행되는 인종차별을 척결하고 특히 흑인을 겨냥한 인권침해 구조를 개혁한다는 목적으로 펼쳐지는 캠페인이다.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2020년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 무릎에 9분간 목이 눌려 질식사한 뒤 전국 시위를 통해 지지세를 크게 불렸다.
독일 업체인 아디다스는 우리나라에서는 '삼선 슬리퍼'로 유명한 세개의 선 디자인을 70여년 동안 자사의 상표로 삼아왔다. 아디다스는 그래서 BLM 글로벌 네트워크가 자사 상품과 겹치는 셔츠, 모자, 가방 등에 삼선을 쓰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 특허청은 아디다스의 이의제기에 대응하라고 일단 BLM 글로벌 네트워크에 올해 5월 6일까지 시한을 줬다.
그러자 아디다스는 이의 제기 이틀 만인 이날 "BLM 글로벌 네트워크 재단의 상표권 신청에 대한 반대를 가능한 한 빨리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입장을 전격 번복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디다스가 다른 단체가 사용하는 줄무늬를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명품 브랜드 톰 브라운의 네 줄짜리 디자인도 상표권 침해 주장의 대상이었으며, 이 다툼은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아디다스는 자사 상표와 흡사하다고 주장했으나, 네 줄은 세 줄과 달라 혼동할 가능성이 작다며 맞선 톰 브라운이 결국 올해 1월 승소했다.
BBC는 당시 소송 문건을 인용, 아디다스가 2008년 이후 상표권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이 90여건, 체결한 합의가 200여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사진=BLM 상품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