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앞지른 車수출…"배가 부족하다"

입력 2023-03-28 19:06
수정 2023-03-28 19:06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영향으로 올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차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완성차 업체는 차를 싣는 자동차 운반선을 구하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신재근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 기자, 자동차 수출이 얼마나 잘되길래 운반선이 부족한 겁니까?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6억 달러, 우리 돈으로 7조3천억 원에 이릅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고, 역대 최대치입니다.

자동차 부품 수출액까지 합치면 76억 달러, 우리 돈 약 10조 원에 달해(넘어서) 반도체 수출액(59.6억 달러)을 앞지르며 국가 1위 수출 품목으로 등극했습니다.

수출 대수로 보더라도 지난달 수출량은 22만3천 대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 5월 이후 45개월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효자 시장이 된 북미 지역 수출이 70% 가까이 늘었습니다.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져 차량 생산이 늘어난 데다 판매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 수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선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고요. 운반선 부족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흘러 나왔는데,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자동차 업계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운반적 부족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진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옛 쌍용차인 KG모빌리티의 경우에는 여전히 자동차 전용 운반선이 부족해 컨테이너선에 차를 실어 수출하는 실정입니다. 컨테이너선은 자동차 전용 선박이 아니다 보니 차량에 흠집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르노코리아 역시 모기업 르노그룹과 물류 문제에 대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원에 의존할 수만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 등 수출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회사의 어려움이 더 컸습니다.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의 수출 물량은 한 달에 3천~5천 대 정도로, 만 대 단위로 수출하는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적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해운사는 선박 회사와 용선 계약을 맺어 배를 빌린 다음, 자동차 회사로부터 운임을 받고 차를 운송해 주는데요. 현대글로비스 처럼 해운사가 직접 운반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운사 입장에선 차를 많이 실을수록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마치 고속버스에 승객이 많이 타면 탈수록 돈을 더 버는 것과 같은 이치죠.

현대차와 기아는 그룹사인 현대글로비스와 최소 1년 혹은 2년 단위로 장기 운송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운반선 부족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지엠은 아직까지 배를 못 구해 수출 차질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물류비 상승 등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차 수출 물량이 늘어 운반선이 부족한 것이라면 행복한 비명이라고 할 수도 있을텐데 다른 이유도 있나요?


수출이 늘어난 것과 함께 운반선 자체의 공급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되며 전 세계 차량 생산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반면, 자동차 운반선은 760척 수준으로 오히려 3년 전보다 20척 가량 줄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당시는 차량 생산이 제한적이다 보니 운반선 수요가 적었는데요. 따라서 신규 운반선 발주도 예년보다 줄면서, 현재 공급 부족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자동차 운반선 계약을 대부분 따내는 점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운사는 차를 많이 실으면 실을수록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는데, 중국은 차 수출 규모 면에서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 있기 때문에 계약에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총 311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해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환경 규제도 공급 부족을 부추겼다는 분석인데요. 국제해사기구 규제에 따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오래된 배들은 퇴출 대상인데, 자동차 운반선 대부분이 선령 15년 이상 선박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퇴출되는 자동차 운반선이 더 늘어나고, 배를 새로 건조하는 데 2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운반선 공급 부족이 202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운반선이 부족한 상황이라 배를 빌릴 때 드는 비용을 뜻하는 용선료도 크게 뛰었죠?


자동차 운반선 한 척의 하루 용선료는 지난 2020년 1만4,063유로(1,975만 원)에서 지난해 2만1,688유로(3,045만 원)까지 오른 데 이어, 현재는 2만3천 유로(3,230만 원)까지 급등했습니다.

배를 빌리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용선료가 3년 만에 60% 넘게 오른 겁니다.

용선료가 상승했다는 것은 완성차 업체들이 해운사에 지불하는 운임료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 올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엔 그만큼 부정적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처럼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들도 당장 운임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재계약 시점에 운임이 오를 확률이 높습니다.

물류비가 오르면 자동차 회사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차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