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사이드]
퍼스트시티즌스, SVB 165억 달러에 인수
美 은행發 위기 잦아들까…남은 관건은?
오늘 우리가 한 발 더 깊게. 또 더 넓게 살펴봐야 할 월가 소식들 짚어보시죠. 실리콘밸리 은행이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퍼스트시티즌은행이 실리콘밸리 은행의 모든 대출과 예금 그리고 지점을 인수하기로 합의하며, 약 2주간 진행됐던 SVB 매각이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해당 소식에 퍼스트시티즌스는 개장 전부터 20%나 급등했고요. 정규 거래에서도 55%나 올랐습니다. 오늘은 퍼스트시티즌스의 SVB 인수와 함께, 미국 은행발 위기가 잦아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관건들이 남았는지 체크해보겠습니다.
먼저 구체적인 인수 내용인데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퍼스트시티즌스는 약 720억 달러 규모의 실리콘밸리은행 자산을 165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약 77% 할인된 가격인데요. 여기에는 모든 예금과 대출이 포함되며, 실리콘밸리의 자산 중 약 9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주식 및 일부 자산은 법정관리 상태로 남아 연방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할 예정입니다. 또, 실리콘 밸리 은행의 약 17개 지점은 당장 현지 시각 27일인 월요일부터 퍼스트시티즌즈 지점으로 이름을 바꿔 문을 열게 될 예정인데요. 퍼스트시티즌즈. 노스캐롤라이나주 소재 미국 중소은행입니다. 작년 12월 기준 미국 내 약 30위 규모 상업은행이었는데요. 이번 인수로 규모는 25위로 올라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 매각. 참 쉽지 않았습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는 SVB 폐쇄 이후 빠르게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법인을 세워 매각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대형은행들은 1차 입찰에 나서지 않았고, 이후 퍼스트시티즌스와 밸리내셔널뱅코프 2곳이 입찰에 참여했고요. 결국 퍼스트시티즌스가 인수자로 결정됐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인수가는 약 77%나 할인된 수준입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매각 절차가 지지부진해지고 관심도가 떨어지자 FDIC가 매각 조건을 크게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봤습니다. 어쨌든 SVB가 새 주인을 찾았다는 건 긍정적이죠.
그렇다면 유동성 위기를 겪은 다른 은행들은 상황이 어떤지도 짚어볼까요. 실버게이트 캐피탈은 자발적 청산을 결정했고, 앞서 시그니터처 은행은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가 예금과 대출을 일부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퍼스트시티즌스가 실리콘밸리은행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이제 남은 건 퍼스트리퍼블릭입니다. 앞서 대형은행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3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아직 유동성 위기는 계속되고 있죠.
그러나 주말사이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은행을 위한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따라서 퍼스트 리퍼블릭이 유동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중소형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의 자금 이탈 역시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에 미국 은행 위기는 진정 국면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요.
이런 분위기는 미국 지역은행을 추종하는 ETF죠. KRE에 반영됐는데요. 인수 소식에 개장 직후 3%대 넘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승폭을 축소하고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부터 1%대 상승에서 횡보합니다. 결국 0.87% 상승 마감에 그치는데요 이를 두고 CNBC는 KRE ETF 상승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건 시장이 현재 다양한 신호들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는데요.
여기에 로이터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제 은행을 둘러싼 우려는 즉각적인 위기 확산에서 성장 둔화 문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고 봤습니다. 은행 시스템의 전반적인 유동성 위기는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실질 GDP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은행 위기를 둘러싼 단기 변수와 그리고 중장기적 우려까지 짚어봤는데요. 내일 의회 청문회에서 아마 정부의 향후 은행 지원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급한 단기 변수 중 하나인만큼 이 역시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 이예은이었습니다.
이예은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