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연금개혁 반대시위 악화일로…"경찰, 과도한 무력사용"

입력 2023-03-25 14:3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 개혁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 전국 단위 시위에서 경찰이 과도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럽 내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수호를 위해 설립한 유럽평의회는 24일(현지시간)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열린 시위에서 경찰이 무력을 지나치게 사용했다고 비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두니아 미야토비치 유럽평의회 인권대표는 전날 시위에서 공권력을 겨냥한 폭력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과도한 무력 사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시위대의 산발적인 폭력 행위나 시위가 열리는 도중 다른 사람이 저지른 비난받을만한 행위가 평화로운 시위대로부터 집회의 자유를 빼앗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 인권연맹은 "불균형하고 위험하게 공권력을 사용하면서 시민들의 집회할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휴먼라이츠워치는 "폭력적으로 보이는 경찰의 관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6일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나서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는 산발적인 시위가 잇달아 열렸고, 이때 경찰이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16일 밤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수학여행을 온 15살짜리 학생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가 대사관이 개입하고 나서야 풀려났고, 조깅하다가 붙잡힌 남성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날 밤 경찰이 체포한 사람은 292명이었는데 그중 283명이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뒤 풀려나자, 야당 정치인들과 인권 단체는 경찰의 자의적인 체포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쎄뉴스 방송에 출연해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시위가 일부 폭력적으로 변질했다며 45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다르마냉 장관은 분위기가 과열하면서 여기에 대응하던 경찰과 군경찰 441명이 다쳤고, 행진 도중 길거리에 쌓인 쓰레기와 신문 가판대 등에 불을 지르는 화재는 903건 발생했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파리에서는 일부 시위 참여자들이 바스티유 광장을 출발해 오페라 광장을 향해 가던 중 기물을 손상하거나 유리창을 깨뜨리는 폭력을 행사했다.

서부 로리앙에서는 경찰서, 낭트에서는 법원 등 공공기관을 겨냥한 공격이 있었고, 서남부 보르도에서는 시청에 누군가 불을 질러 정문과 그 주변이 까맣게 그을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린 브뤼셀에서 시위에서 발생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규탄하며 "민주주의에는 폭력에 대한 권리가 없다. 폭력 앞에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도 전날 이러한 사건·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나서 트위터에 "시위하고, 반대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오늘 우리가 목격한 폭력과 파손은 용납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이 전날 250여개 지역에서 개최한 제9차 시위에는 정부 추산 108만9천명, 주최 측 추산 350만명이 참여했다. 다음 시위는 3월 28일로 잡혔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하원에서 연금 개혁 법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자 투표하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 제49조3항을 사용했다. 야당 의원들이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발의해 이를 저지하려 했지만, 표결 결과 과반에서 9표가 모자라 부결됐고 법안은 자동으로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