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크레디트 스위스(CS) 위험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약세장을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일별 거래 기준으로 비트코인(BTC)은 지난 달 말 2,100만원 대에서 지난 23일 3,700만원 대로 세 달 여 만에 77% 수직 상승했다.
▶ 위기였는데 '아니다'…반등 촉매제 될까
지난 24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의원이 주최한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간담회에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은행의 자산 급매로 인해 (뱅크런 등) 화염이 다른 금융시장 시장으로 번지는 것은 어느 정도 끊어낸 분위기"라면서도 "중앙은행의 위험 관리 능력이 대중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탈 중앙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시장 수요가 원점 회귀했다"며 "공급 물량이 제한된 비트코인, 이더리움(ETH)은 디지털 금으로 주목 받으며 다시 가격이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돈나무'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도 앞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은행 파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주식 시장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상당히 유익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리스크 예방과 분산 투자 원칙에 따라 기관의 포트폴리오 다양화, 특히 디지털 자산 투자가 더욱 다양화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은행 위기가 긴축 재정에 대한 청구서라는 점에서 금리 상승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한 기대감이 가상자산 반등의 촉매제가 됐다.
▶ 크립토 '겨울 가고 봄'…제도 마련 기회
이 교수는 가상자산 시장 방향성에 있어 핵심은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발 위기가 확산되지 않는다면, 미 연준이 금리 상승을 조절한 데 따른 유동성 공급 수혜를 가상자산 시장이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해지 기능이 있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상자산 침체기가 관련 제도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전문위원은 "거래 규모가 축소된 겨울 시기에는 시장 반등을 위한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새로운 제도가 가져올 충격에 대한 반발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제대로 된 규제가 만들어진다면 시장 성장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측이다.
▶ "아직 따뜻하지는 않다"…느린 재앙·금리 변수
예금 보호 조치 등 정부와 은행들의 발 빠른 대처에 금융 위기 우려는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와 다른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레리 핑크 최고경영자가 말한 '느리게 진행되는 재앙(slow-rolling crisis)'이 대표적이다. 금리 인상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고 작은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섭 교수는 뱅크런 사태가 유럽 발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유동성 위험이 커지면서 가상자산을 포함한 위험 자산 가격이 동반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달러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붕괴하고 디파이(Defi) 시장의 연쇄 마진콜(margin call)로 가상자산 겨울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점도 변수다. 앞서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한 차례 기준 금리를 더 오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