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코로나 엔데믹 국면입니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함께 그 수명(?)이 다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요. 재택근무입니다.
그런데 최근 엔데믹 전환으로 IT업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접고 다시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로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낮아져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하지만 이미 재택근무에 익숙해지고, 그 효용성을 누린 직원들은 재택근무 종료에 불만이 많습니다.
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코로나19 이후 시행해 온 자율원격근무 제도를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내부 반발을 겪었고, 카카오는 지난해말 재택 종료를 예고하는 과정에서 크게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노조에 대거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 코로나 끝나니 재택근무도 끝?…직원들은 "싫어요"
최근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면서 '주69시간'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인데요.
재택 종료는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더 반발이 컸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재택근무 시행'이 근로계약서나 회사가 정한 근로조건 등을 담은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지 않은 경우, 재택근무에서 출근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기업의 취업규칙엔 재택근무 결정 권한을 회사가 갖는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재택근무제는 유연근무제 중 하나죠.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사내 복지, 나아가 중요한 근로조건의 개념으로까지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노사 합의나 공감대 없는 재택종료로 노사갈등이 일어나게 된 겁니다.
● 재택근무 시키면 나랏돈 360만원 받는다
재택근무가 근로자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유연근무 방식으로 부각되면서 도입률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도입 방법을 모르거나 체계적인 준비 없는 도입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0년부터 재택근무를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싶어도 경험이 없어 망설이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무료로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데요.
올해도 능률협회컨설팅과 표준협회 등을 통해 400곳에 대해 컨설팅 지원에 나선다고 합니다.
일단 그룹웨어, 서버, 메신저 등 재택·원격근무에 필요한 정보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최대 2천만원(사용자 부담금의 50% 한도)까지 지원받을 수 있고요.
근로자가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경우 근로자 한명당 1년간 월 30만원도 지급해줍니다.
● 재택근무 가능 부서는 따로 있어요!…보상으로 사내 갈등 해결도
앞서 살펴봤다시피 기업 입장에선 재택근무 도입 걸림돌인 재택근무에 대한 성과관리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재택근무자와 비재택 근무자 간의 갈등과 형평성 등 문제도 있죠.
때문에 재택근무를 어떤 업무나 직무에 도입하면, 또 어떻게 운영하면 효율성이 높아질지에 대해서도 컨설팅 지원이 이뤄집니다.
실제 지난 2021년 소프트웨어 개발업 기업인 이스트소프트는 고용노동부 재택근무 지원 컨설팅을 통해 공간 복지 확대와 함께 업무 성과 향상을 이끌어냈습니다.
재택근무 활용률은 컨설팅 이전인 2020년 30%에서 2021년 70%까지 높아졌는데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0% 넘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기업 자체 조사결과 유연근무로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고 업무능률도 올라 개발직 근로자의 업무성과는 120%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컨설팅을 받은 한 사업장의 경우, 적합직무 분석을 통해 재택근무제 도입에 대한 고민을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컨설팅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부서와 불가능한 부서를 구분했고, 불가능한 부서는 다른 유연근무제나 교통비 지원 등 별도의 보상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재택근무 활용에 따른 사내 갈등을 해결한 겁니다.
● 재택근무 확산되면 출산율도 오른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0.78명까지 떨어지면서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사회문제가 됐죠.
삼성과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에선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저출산 문제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포스코는 2020년 7월부터 '경력 단절 없는 출산기 재택근무제'를 통해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전일(8시간) 또는 반일(4시간)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반일 재택근무제의 경우 근무시간을 오전 8시~정오, 오전 10시~오후 3시, 오후 1~5시 중 육아 환경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었던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정부가 기업들에 재택근무나 근무일수 단축을 시행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일본 최대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지 않도록, 일주일에 단 2시간만 회사에 나가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파격적인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재택근무는단순한 복지혜택이 아닌, 근본적으로 육아나 가족돌봄 등 일가정 양립에도 도움이 되는 대안적인 근무제도로서의 가치가 충분해 보입니다.
또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MZ세대 등 젊은 인력을 영입할 수 있는 당근책이 될 수도 있겠죠.
특히 대면업무에 따른 장점과 효용성도 물론 크지만, 재택근무 종료에 따른 노사갈등은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근무 시간이나 장소 만큼이나, 생각도 유연하게 바꿔 노사가 만족할 수 있는 직장생활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