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 재연 및 실물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 주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23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연준이 간밤 FOMC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것 관련해 논의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미국 FOMC 결과와 더불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 요인 등을 점검했다.
추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미 연준이) 은행시스템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필요시 모든 조치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연내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벽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하락하였으나, 연준의 정책 기조 변경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25bp 인상(4.5~4.75 → 4.75~5.0%)했다. 지난 달에 이어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한 것이다. 미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미국 은행시스템은 견조하다고 언급하는 한편, 향후 금리 인상 경로와 관련해 기존의 지속적 금리인상 문구를 삭제하고 경제, 금융 상황을 고려하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평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은 미국 정책당국의 예금자 보호 및 유동성 지원 조치, UBS 은행의 크레딧스위스(CS) 은행 인수 등 각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라며 "우리 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추 부총리는 또 "국내 금융시장 안정의 근저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내 투자(익스포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뿐만 아니라, 우리 금융회사들의 양호한 건전성과 유동성 상황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안심하긴 이르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24시간 관계기관 합동점검체계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금융 시스템 및 금융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상시 점검할 것"이라며 "필요시에는 기 마련된 상황 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한계 기업, 취약부동산 사업장, 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시장불안과 맞물려 현실화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권 스스로도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충분한 충당금 적립 및 자본 확충 등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