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伊총리, 가뭄 문제 제기에 "난 모세가 아니다"

입력 2023-03-23 06:03


"내가 아디제강을 5개월 만에 마르게 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죠? 난 모세가 아닙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수도 로마에 있는 하원에서 진행된 대정부 질의에서 내놓은 답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23∼24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전날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 국정 연설을 했다.

정작 국정 연설 내용보다는 이어진 대정부 질의에서 멜로니 총리의 답변이 큰 화제를 불렀다.

야당인 녹색·좌파 연합의 안젤로 보넬리 부대표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가뭄 문제를 거론하며 멜로니 총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보넬리 부대표는 발언에 앞서 가방에서 돌 2개를 꺼내 하원 의원들에게 보여줬다.

그는 "멜로니 총리, 이 돌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아느냐"고 물은 뒤 "내가 아디제강 한가운데로 걸어가서 직접 건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디제강은 이탈리아에서 포강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강이다.

보넬리 부대표는 아디제강의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가뭄 문제가 심각한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멜로니 총리를 강하게 성토했다.

보넬리 부대표는 "일반적으로 적어도 수심 2m 깊이에 잠겼을 돌"이라며 "그런데 이제는 걸어서 가져올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강조했다.

보넬리 부대표가 양손에 하나씩 돌을 들고 발언을 이어가자 멜로니 총리는 곁에 있는 장관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자 보넬리 부대표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그는 "이런 종류의 문제에 웃을 일이 뭐가 있느냐"며 멜로니 총리를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는 "총리가 계속 웃고 있는데, 괜찮다. 스타일의 문제"라며 "그렇지만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웃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후 답변에 나선 멜로니 총리는 "친애하는 보넬리 의원, 당신이 아디제강에서 가져온 돌은 무척 흥미롭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멜로니 총리는 "하지만 내가 아디제강을 5개월 만에 마르게 했다고 말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며 "난 모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뭄 문제는 과거 정부의 잘못이 더 큰데, 집권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멜로니 총리가 이를 바다를 갈라 마른 땅이 드러나게 한 성경 속 인물 모세에게 빗대어 말하자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멜로니 총리는 "이런 문제를 다루려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거듭 말하지만, 나는 모세가 아니다. 내게는 그럴 힘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