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글로리’ 박연진 만남에 설렘이 컸다는 임지연 “나만의 제대로 된 악역을 구현해보자 싶었어요”

입력 2023-03-20 12:50


배우 임지연에게 이렇게 털털한 매력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표독스러운 악녀 캐릭터로 단숨에 눈도장을 찍은 임지연은 인터뷰 내내 쉼 없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깔깔댄다. 드라마에 나온 그와는 사뭇 다른, 훨씬 생생한 아름다움을 지닌 다정한 모습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대중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준다면,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여기에 욕심도 많고 열정도 넘친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묵묵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임지연은 그런 배우다. 진정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의 여유와 에너지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임지연이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촬영하며 느낀 소회와 악녀 박연진 캐릭터를 그려내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털어놨다.

“너무 많이 사랑을 받고 있고, 신나는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조금 더 오래 ‘연진아’를 외쳐주셨으면 좋겠어요. ‘연진아’가 없어지면 아쉬울 것 같거든요. 저에게 ‘더 글로리’는 가장 큰 용기와 도전이었어요. 처음 맡아보는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용기가 필요했죠.”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말 공개된 파트1에 이어 지난 10일 파트2 전편이 공개됐다.

“‘더 글로리’는 한 번에 찍었어요. 파트1 찍을 때부터 작품이 잘될 거라는 기대와 확신은 있었죠. 그래도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제대로 된 복수가 파트2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싶었죠.”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 분)을 악랄하게 괴롭히는 학폭 가해자 박연진으로 분해 역대급 변신을 선보였다. ‘박연진 열풍’을 일으켰다.

“악역은 항상 하고 싶었는데,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 기대가 크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내려놨어요. ‘더 글로리’ 대본이 들어온 순간 기회를 놓치기 싫었어요. 마침 너무 좋은 작품이 들어왔고 연진이가 나를 찾아왔죠. 그래서 욕심이 많이 생겼고, 당연히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나만의 제대로 된 악역을 구현해보자 싶었어요. 설렘이 컸어요.”

‘더 글로리’는 모든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맹활약했다. 그 중에서도 자신 만의 스토리로 제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 임지연은 ‘더 글로리’를 통해 각광받은 배우이다.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악역 1인자는 단연 임지연. 클래스가 다른 악녀의 삶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연기적인 부분은 아쉬움이 많아요. 김은숙 작가님이 저한테 ‘천사 같은 얼굴에 악마 같은 심장’이 있을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악역을 안 해봤어? 그러면 내가 망쳐보지’라고 하셨어요. 나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등장부터 한껏 날서있는 모습을 보인 임지연은 마지막까지 악독한 캐릭터의 끝을 보였다. 눈을 치켜뜨며 온 얼굴 근육을 이용해 표독스러움을 내뿜는 연기는 가히 임지연의 전매특허. 청순가련했던 기존의 이미지를 단박에 깨부수며 ‘더 글로리’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처음에는 연진이에 대해 ‘환경적인 요인, 트라우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유가 없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하면서 자라서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애죠.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했어요. 결국 찾아낸 게 나만이 할 수 있는 악역을 만들어보자는 거였죠. 잘 소화해낼 수 있는 화려한 패션들, 몸짓, 걸음걸이, 표정, 말투 등 최대한 잘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쁜 역이 돼보자고 다짐했죠.”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와 대립하며 악녀로 국민적(?)인 미움을 샀다. 송혜교와 맞붙는 신에서는 밀리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송)혜교 언니와는 문동은이 예솔이 담임으로 왔다는 걸 알게 된 뒤 찾아가는 신이 첫 촬영이었어요. 걱정이 많았는데 기에 밀리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 장면에서는 연진이가 불안함이 있어야 더 통쾌할 거라고 생각해서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했는데, 장면을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혜교 언니는 너무 감사하게 ‘엄청 준비했지 네가 할 것 다해’ 하는 게 느껴졌어요. 현장에서 많이 배웠어요.”



다른 악녀 캐릭터가 많았지만 박연진은 누구보다 독하고 뻔뻔했다. 임지연은 데뷔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변신에 성공하며 이미지를 확 바꿨으나 지금처럼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건 ‘더 글로리’가 처음이었다. 욕도 먹었지만 ‘임지연’이라는 이름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 시켰다. 악녀의 새로운 진화라는 말도 나왔다. 연기하는 배우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를 맡으면 시청자들에게 사랑이나 공감을 받고 싶어 해요. 그런데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미움을 받아보자 싶더라고요. 미움 받을 노력을 갖고 캐릭터를 만든 적은 처음이라 성취감이 있었어요.”

2014년 영화 ‘인간중독’으로 데뷔 이후 끊임없이 배우에 도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확신이었다. 배우에 대한 확신이 든 순간부터 계속해서 노력했고 그 선택을 번복하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했기에 그는 지나온 세월에 대해 아쉬움도 없었다. 그에게는 뜨거운 인기, 지나온 과정들보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믿음이 더 중요했다.

“항상 모든 작품이 절실했어요. 현장에 가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어요. 옆에서 본 가족들, 친구들은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니까 보고 많이 울었대요. 저는 타고난 배우가 아니니까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그걸 알아준 가족들, 시청자들이 고맙고 칭찬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해요. 항상 이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작품 주어질 때마다 제 집요함과 도전 정신으로 열정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더 글로리’가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이 크지는 않아요. 다음 역할에 설레는 정도.”

임지연은 더 많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높은 곳을 올라가려는 것보다는 꾸준히 연기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배우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스스로 내려놓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차기작은 드라마 ‘마당 있는 집’이에요. (김)태희 언니와 함께하는데, 벌써 촬영도 마쳤어요. 보시는 분들이 ‘더 글로리’ 박연진하고는 완전히 다른 결이에요.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여자를 연기했어요. 앞으로도 작품 주어질 때마다 제가 가진 집요함과 도전 정신으로 열정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작품에 나올 때마다 저인지 알아보지 못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