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30년 친구가 어느 날 하늘나라로…6개월후에도 'PTSD' 온다 [헬스라운딩]

입력 2023-03-25 07:02
[편집자주] 대한민국의 50대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8년~1974년생) 중후반부에 태어나 597세대(50대 나이, 90년대 학번, 70년대생)로 살아가고 있는 기성세대다.

40대 후반부터 50대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 및 뇌 질환을 비롯해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부터 허리, 무릎 통증 등의 일상 생활 질환의 강도가 빈번히 발생하곤 한다.


'오춘기'는 '50대와 사춘기'를 합성한 인터넷 용어다.

40대와 50대에 접어들면 가족이 아닌 학교 동창이나 친한 친구나 지인의 부고를 갑작스럽게 받을 때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평소에 건강하던 친구나 지인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거나 암과 같은 질환, 사건사고 등으로 세상을 등지는 경우도 많다.

평소 지인이나 친구와 왕래가 잦았던 경우 이로 인한 상실감이나 충격이 클 수 있다.

질환이나 질병 등으로 지인이 사망할 경우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살펴보게 되고 같은 일을 피하고자 생각과 근심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 상실감으로 인한 정서적 슬픔·고통, 우울감·불면증

또, 상실과 애도는 고인과의 평소 맺어왔던 유대감이나 고인이 어떻게 사망을 했는지, 자신이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는 부분이 있거나 사망의 예방에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보는 부분이 있는지, 자신의 성격과 애착유형(대인관계 유형 및 안정성), 자아(ego)의 강도 등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승엽 은평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친구가 삶에서 많은 의미를 차지했고, 친구로부터 가족 이상의 많은 지지를 평소 얻어왔다면 상실감이 클 수 있다"며 "정서적 슬픔과 고통, 우울감과 불면, 집중력 저하, 잦아진 분노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정립도 '중요'

특히 가족끼리 여행도 같이 갈 정도로 평소 가깝게 지낸 친구나 지인이 떠난 후 지인의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과 왕래가 잦은 경우 관계 정립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이승엽 교수는 "보통은 아무리 가깝더라도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가 아닌 친구를 통해서 가까워진 관계에서는 그 매개가 되는 친구가 사망을 하면 그 이전만큼 가까운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긴건강의학과 교수는 "비정상적인 이별과 애도를 심리적으로 많은 문제를 남길 수 있다"며 "남은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며, 특히 고인의 1주기가 되는 날에는 가급적 고인의 이름으로 같이 모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한 친구 또는 지인의 사망의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경우가 많지만, 부고에서 잊혀지는 시기까지 겪는 정신적인 장애 역시 종종 발생한다.

▶ 죄책감·우울감 깊을 경우 주변에 도움 요청 '중요'

특히 사건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죄책감이나 후회감, 자신에 대한 원망, 우울감 등 부정적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병철 교수는 "가까운 관계의 경우 지나친 슬픔으로 일상생활이 손상되는 피해야 하며, 최대한 일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병철 교수는 또, “긴장감, 우울감이 떠오르게 죄책감, 원망이라는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운동을 하거나 여행이 도움이 된다”며 “같이 가기로 했던 여행이나 같이 하기로 했던 못 이룬 일들에 대한 완성 등을 통해 지인이나 친구를 떠나 보내는 과정을 도덕적이든, 외형적이든 받아들이는 게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2주 이상 우울감·불면증 발현시 전문의 상담·치료 고려해야

이승엽 교수는 "슬픔으로 힘들더라도 학업이나 직업 등의 평상시대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좋다"며 "다만, 친구와 같이 했었던 취미생활, 특히 순간의 방심이나 주의력 저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자전거 타기와 바다낚시, 등산 등은 어느 정도 애도과정이 지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슬픔을 잊기 위해 힘들다고 술이나 게임 등의 중독성 물질이나 오·남용 행위에 의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의료계는 조언하고 있다.

이승엽 교수는 "2주 이상 우울감이나 불면 등으로 일상생활이 방해가 된다면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지인이 없는 내 삶과 나의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극심한 트라우마·PTSD 발생시 전문의 치료 필요

극심한 트라우마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생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다.

트라우마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될 정도라면 그 지인과의 유독 강했던 정서적 유대감이 원인일 수 있으나,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 경험이나 본인의 애착유형이 불안정해서 생길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경우 발현 시기에 따라 급성, 만성, 지연성으로 나뉘는데, 사건 직후부터 3개월간 증상이 이어지면 급성, 그 이후에도 좋아지지 않으면 만성으로 진단한다.

▶ 지연성 PTSD, 6개월 이후부터 증상 나타나

지연성은 사건 직후 괜찮아 보였다가도 6개월 이후부터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사고 당시 생각, 느낌, 감각의 재경험과 재경험으로 인한 극도의 예민상태, 재경험을 피하기 위해 사고를 떠올릴 만한 요소 회피, 울, 피해의식 등 부정적 기분 지속 등이 발현될 수 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감전 사고를 겪은 후 평소에는 아무런 반응이나 증상이 없다가 번개나 천둥이 칠 때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전문의들은 이러한 경우 지지치료, 애도치료, 대인관계치료, 약물학적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가능한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더 나은 예후와 이차적 문제 발생 예방을 위해 좋다고 설명했다.

이병철 교수는 "심한 트라우마의 경우 감춰진 무의식 중의 갈등이나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며 "이전의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 부적절한 방어를 붙들고 있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탐색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