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집 필수인 예체능 학원, "원비 올라도 너무 올랐다"

입력 2023-03-18 08:55


"작년에 2만원이 올랐는데 이번에 또 1만원이 오른다고 하네요. 아들 둘 태권도 학원비만 한 달에 40만원 나가게 생겼습니다."

8살, 10살 아들 두 명을 키우는 40대 워킹맘 박영주 씨는 해가 갈수록 뛰는 학원비 부담에 한숨을 쉬었다. 맞벌이 부부라 평일 아이들을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학원을 끊기도 어려운 처지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씨는 "원래 학원비가 비싼 지역이기는 해도 '국영수' 외 학원비로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 부담스럽다"며 "그렇다고 그만두면 아이들을 돌봐줄 곳이 없으니 다른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했다.

고물가에 예체능 학원비가 최근 훌쩍 뛰면서 부모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학원은 교육도 교육이지만 맞벌이 부모가 귀가하기 전까지 아이들이 머무는 일종의 '돌봄 기관' 역할도 하기 때문에 그만 두기도 쉽지 않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의 1인당 평균 예체능·취미 분야 학원비는 약 21만3천원이었다. 월평균 14만5천원 수준이던 전년보다 무려 46.9% 뛰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3학년 딸을 둔 서수진(38)씨는 국·영·수를 뺀 학원비만 60만원이 든다고 토로했다. 아들은 태권도와 피아노를, 딸은 피아노와 미술을 배우는데 1년 사이 한 곳당 학원비가 2∼3만원씩 올랐다고 했다.

서씨는 "학원에서 갑자기 문자로 '다음 달부터 학원비가 오른다'고 통보를 해와 당황스럽고 한편으론 화가 났다"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부담스러워도 계속 학원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학부모들의 학원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교육 프로그램의 양적·질적 확대가 긴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직장인 성모(41)씨는 "정부가 운영하는 돌봄교실에 들어가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운 좋게 들어가도 교육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학원에 계속 보내는 학부모도 많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돌봄 수요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예체능 학원비마저 가파르게 올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일단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