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미국 자본에 매각토록 압박에 나섰으나 법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틱톡의 모회사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케이맨제도에 법인설립 등기가 된 바이트댄스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인터넷판 기사에서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똑같은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며, 이번 역시 3년 전 시도를 무산시켰던 똑같은 장애물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틱톡의 중국 창업자들에게 지분 매각을 요구하면서 불응 시 미국 내 사용금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엔 3년 전보다 미국 정계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지지가 늘어나기는 했다고 WP는 짚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기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셜 미디어가 어린이와 10대에 미치는 영향에 불안을 느끼는 의원들이 늘면서 틱톡에 공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장애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WP의 지적이다.
2020년 당시 시도를 무산시킨 연방법원 판사들은 이 앱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위협이 헌법상 보장된 미국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을 정부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틱톡의 미국 사용자는 1억명이 넘는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똑같은 법적·헌법적 지뢰밭 속으로 돌진하고 있다"며 틱톡이 실제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증거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매각하려고 시도하더라도, 중국 정부에 의해 가로막힐 소지가 다분하다.
2020년 트럼프 행정부와 틱톡 매각을 놓고 대립하던 중국 정부는 틱톡이 보유한 추천 알고리즘 등 이 회사의 핵심 기술들을 수출금지 목록에 올렸다. 당시 이런 조치는 틱톡이 장래에 매각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바이트댄스는 2012년 장이밍(張一鳴)과 량류보(梁汝波) 등에 의해 창립됐으며, 장이밍이 2021년까지 최고경영자(CEO)로 있다가 량류보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두 공동창업가 약 20%, 임직원들이 약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트댄스의 주요 투자자는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 소프트뱅크 그룹, 세쿼이아 캐피털, 제너럴 애틀랜틱, 힐하우스 캐피털 그룹 등 대형 국제 투자자본들로, 이들이 약 60%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에는 중국 국영기업이 이 회사의 핵심 계열사인 베이징 바이트댄스 컴퍼니의 지분 1%를 사들인 후 정부 공무원을 이사로 앉혔다.
안보 문제와 대(對) 중국 정책 전문가인 미국외교협회(CFR)의 애덤 시걸은 지금 미국 정부의 전략이 지정학적 대결을 야기한 3년 전 트럼프의 시도와 얼마나 다를지 의문이 든다고 WP에 말했다.
그는 "나는 아직도 이 결과가 어떻게 될 거라고 그들(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이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매각 강요를 틱톡이 저지하기 위해 이용했던 법적 이슈 중 다수가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고, 중국이 매각을 막을 공산도 여전히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 측 지분을 사들이는 데 드는 큰 비용을 부담할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틱톡의 가치에 대한 공개된 평가는 없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2025년 혹은 그 전에 틱톡의 광고수익이 250억 달러(33조원)를 넘기고 유튜브를 추월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기업가치가 2천억 달러(261조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바이트댄스가 순순히 틱톡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어서 목표 달성에 큰 비용이 들어갈 공산이 크다는 게 WP의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