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금통위원 "금리인하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

입력 2023-03-16 18:03
"SVB에 크레디스위스 사태에…금리결정, 8차방정식 푸는 기분”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통화정책 피벗(방향 선회)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대해 선을 그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사태로 한은의 긴축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금통위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박 위원은 한은 물가 목표치에 도달해야 통화정책 전환을 고려해볼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둔 박 위원은16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미국과 유럽 은행권 위기로 인해 다음 달 금통위 결정이 달라질 수 있냐"는 질문에 "물가가 2%대 목표에 수렴한다는 확실하면 들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근원물가를 좀 더 볼 필요가 있고 3월 데이터까지 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박 위원은 최근 들어 미국, 유럽 지역의 은행 위기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통화정책 결정이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금통위가 국내 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결정, 중국 상황 등을 변수로 고차 방정식을 풀어 결정을 내리는데, 최근 1주일 동안 5차 방정식이 7차, 8차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VB 상황만 봐도 이제 통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다시 크레디스위스 문제가 터지면서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이번 사태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 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중앙은행의 책무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는 원칙적인 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파급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통화정책 결정시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하에서만 주요 변수를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하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대출금리 인하 요구 등이 금융당국 개입이 한은 정책과 상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개입할 근거는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점체계 부작용으로 은행들이 시장지배력을 앞세울 수 있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금리 산정이 적정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과점으로 인해 은행 대출금리가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한 연구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