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핵심 서비스 산업입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관광산업 키우기 위해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나라는 관광 정책을 소홀히 하면서 관광산업의 경쟁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신선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야놀자가 학계와 손잡고 국내 최초의 여행산업 전문 연구센터를 열었습니다.
야놀자가 보유한 데이터,美 퍼듀대와 경희대의 리서치 역량과 학술 네트워크를 결합해트래블의 글로벌 진출과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단 방침입니다.
[장수청 / 야놀자리서치 원장: 정부가 변해야 되고 (정부가) 관광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정보를 생산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여론 형성이 돼야하고, 전문가 그룹에서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포럼을 유지시켜 나가겠습니다.]
먼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행산업 지표를 개발하고 분기별 동향 리포트를 발행한단 계획입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콘텐츠와 여행의 연결을 통해 한국을 주목받는 여행지로 육성하겠습니다.
이처럼 기업이 K트개블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뒤해 나서고 있지만, 한국관광의 위상이 단기간에 개선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부의 관광 정책 무관심이 지속된 탓입니다.
실제 관광분야 예산은 재정지출의 0.2% 수준. 우선 순위가 한참 밀려 있는데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도, 정책도, 목표도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한국관광은 경쟁 상대인 일본에 추월당하는 등 경쟁력이 약화되는 추세입니다.
[박종수 / 인바운드 여행업체 K사 대표: 지금과 같은 여행산업에 직면한 대위기의 현실에서는 좀 부족한 지원 예산이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들고요. (전세계) GOP의 10%에 가까운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행 산업을 다시 한번 재정의 해서 개인 삶의 재충전뿐 아니라 모든 산업과 문화산업 교류에 있어서 여행이 다 같이 들어가야…]
내수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가운데 민관이 함께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신선미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국내 관광산업의 글로벌 인지도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관광한국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 사안 취재한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김 기자, 10년 전 쯤인가요? 외래 관광객이 1천만 명을 돌파면서 우리나라가 관광강국으로 거듭난다, 이렇게 정부가 홍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나보죠?
지난 3년은 코로나 변수가 있었으니까 이를 제외하고,
2019년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간 1,750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약 20위권입니다.
말씀하신대로 1천만 명 돌파 시점이 2012년이니까, 7~8년동안 700만 명 정도 늘었습니다.
해마다 평균 100만 명 정도씩 증가세를 보인 겁니다.
한해 100만 명씩 늘었으면,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그럴 수도 있는데 상대적인 평가를 해 볼 필요가 있겠죠.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서 우리와 직접 경쟁하는 일본과 비교하면 얘기가 완전 달라집니다.
실제 외국인들의 60%가 한국과 일본을 놓고 여행지를 고민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로, 경쟁국인데요.
일본은 같은 기간 외래 관광객이 무려 4배 넘게 늘며 우리를 저만치 앞서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관광 정책 차이가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 관광 정책이 일본에 비해 크게 부족해서 역전을 당한 건가요?
그래프를 좀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일 외래관광객을 비교한 건데요.
2012년엔 일본이 836만 명, 한국이 1114만 명였습니다. 우리가 300만 명 더 많았죠.
당시 일본 관광당국은 한국만 따라잡자, 타도 한국이 목표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2년 일본이 관광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고, 3년 만인 2015년에 역전을 당한뒤, 이후 격차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12년이면 아베 총리가 집권을 시작하면서, 아베노믹스가 시작됐던 때 아닌가요?
맞습니다. 아베 총리는 관광을 유망 수출산업, 또 인구소멸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미래 산업으로 인식하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자신을 의장으로 하는 '관광입국추진 각료회의'를 신설하기도 했는데요. 총리가 관광일본의 컨트롤타워로, 직접 챙긴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을 펼쳤나요?
업계에선 작은 시골마을 '다카야마'를 일본 관광 정책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는데요.
이곳은 일본 중부의 산간오지에 위치해, 수려한 경관에 뜨거운 온천이 넘쳐흘렀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1997년만 해도 3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한적한 곳이었는데요.
요즘은 겨울에 가보시면 각국의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실 수 있는데요.
연간 관광객만 60만 명에 달합니다.
일본의 기후현에 있는 작은 동네잖아요?
네. 인구 8만 도시로, 우리나라의 전북 김제나 충북 진천과 비슷한 규모인데, 한때는 호텔, 도로 건설 붐이 불 정도였는데요.
실질적으로 관광과 관련이 있는 교통요금 규제를 완화해 30% 이상 할인된 관광패스로 무제한 돌아다닐 수 있고요.
다카야마시 홈페이지는 여행사 홈페이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11개 언어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가이드 책자도 10개 언어별로 제작이 돼있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지방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00년대 들어서 22개의 국제공항을 세웠습니다.
또, 아베는 취임 전 4천여 개에 불과하던 즉시 환급형 사후면세점을 2만 1,000여 개까지 늘렸고요.
이렇게 쇼핑, 교통, 서비스 등 전방위적인 측면에서 민관이 협력하면서 빠르게 관광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에 크게 못미쳤다는 것이군요. 아베 시절이면, 우리는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잖아요?
관광업계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우리는 전략과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주재의 '관광진흥확대회의'가 개설됐으나, 굵직한 정책 없이 "바가지와 불친절을 없애자"는 메시지 정도가 나오는데 그쳤고요.
문재인 정부땐 '관광진흥비서관'이 폐지되고 대통령 산하 기구로 추진됐던 국가관광전략회의도 국무총리 산하 기후로 격하됐습니다.
전문가 인터뷰 한번 들어보시죠.
[이훈 / 한양대학교 국제관광대학원장: 우리는 총리가 관광전략회의를 구성해서 관광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게 상설 기관으로 계속해서 그 지수들을 관리한다기 보다는 1년에 1~2번씩 큰 이슈를 제기하는 이벤트성으로 지속하다보니까 이 정책의 일관성에 있어서 한계가 있는거죠. 전반적으로 행정기관에서 관광을 지원하고 컨트롤하는 힘들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게 지금의 주소라고 봅니다. 한국 관광이 더 발전할 수 있었는데… 아쉬운 결과를 만들어낸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80%가 서울을 향한다고 알려져있는데요.
뚜렷한 전략이 없이 관광객수만 늘다보니, 지방 공항 문제와 더불어 서울·제주 집중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 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들 가운데 5년째 꼴찌로 나타났습니다.
듣고보니 갈길이 멀어 보이는데, 그래도 코로나로 닫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정부도 관광 정책을 다시 가다듬고 있잖아요?
정부가 올해와 내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삼고, K컬처를 앞세워 인바운드 관광객 3천만 명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한국 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로 여느 때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인 요건이 조성됐지만,
관광을 수출산업이나 미래 성장산업이 아니라 단순 내수산업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달라지기 전에는 쉽지 않은 목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 1990년대부터 요구돼왔던 관광청 설립도 30년째 표류하고 있거든요.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관광 정책의 중심을 잡고 힘 있게 밀어 나갈 컨트롤타워 마련,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김영석, 영상편집: 이가인, CG: 심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