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수백 채를 사들여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강서 빌라왕' 사건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주범은 아니라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15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39)씨와 빌라 매수인 김모(50)씨의 2회 공판을 열었다.
신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객관적 사실은 모두 인정한다"며 "다수의 피해자가 나온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기획자, 주범인 것처럼 됐지만 다른 관련자와 차이가 없다"며 "김씨가 시세 차익을 주도했다"고 책임을 돌렸다.변호인은
"김씨는 명의를 대여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을 갖고 분양받으면서 주변에 재력을 과시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공모 정도는 검찰 공소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씨의 변호인은 "최초에 신씨로부터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여해주면서 이 사건에 가담됐다"며 "리베이트 배분 등 공모 관계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다"고 했다.
신씨는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7월 제주에서 돌연 사망한 정모씨 등 여러 '빌라왕'의 배후로 지목됐다.
수사 결과 신씨는 2019년 7월∼2020년 9월 명의를 빌려주는 '바지' 집주인, 이른바 '빌라왕'을 여러 명 두고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을 사들여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무자본 갭투기는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맺고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신축 빌라 등의 매매대금을 내는 '돌려막기' 투자 방식이다.
신씨는 이런 식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임차인 37명을 속여 보증금 약 8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 또한 신씨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공모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