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전통적 코카잎 재배국 중 하나인 볼리비아가 코카잎 마약류 목록에서 제외해 재배 허용해달라고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일간지 엘티엠포·엘에스펙다도르와 볼리비아 일간지 엘데베르에 따르면 양국은 전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66차 유엔 마약위원회(CND) 회의에서 코카잎을 규제물질 목록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역설했다.
로라 길 콜롬비아 외교 차관은 "안데스 고산병 치료 등을 위해 쓰이는 코카 잎 재배까지 원칙적으로 막는 것은 문제"라며 제외요청 대상은 코카인이 아닌 코카 잎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남미 원산 식물인 코카 잎은 수천 년 전부터 의약품, 기호식품, 차 등으로 원주민 사이에서 이용돼 왔다. 특히 육체노동자 사이에서는 껌처럼 잎을 씹을 정도로 생필품처럼 취급된다.
심각한 중독 현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코카잎 생산국들 주장인데, 코카잎에서 마약 성분을 따로 추출해 코카인으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코카잎 재배까지 막고 있다.
다비드 초케우안카 볼리비아 부통령은 "코카잎까지 제재키로 한 역사적인 실수가 1961년에 있었다"고 언급하며 "코카잎을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건 약물 남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코카잎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 남미국가들에 대한 60년간의 차별과 식민화를 초래한 주범이라는 주장도 곁들인 그는 "규제가 비효율적이라면 정의라는 원칙은 (되레) 부당한 게 된다"며 이른 시일 안에 법적 절차 개시를 위한 서한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절차가 시작되면, 유엔 세계보건기구(WHO)는 코카잎 특성과 유해성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이후 한국을 포함한 CND 53개 회원국(올해 현재)은 관련 연구 보고서 및 권고안 검토 후 필요하면 보고서 채택 여부 결정을 위한 투표를 한다.
현지 매체들은 통상 1년 넘게 걸리는 관련 연구 일정을 고려할 때 투표하더라도 2025년 초반 전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콜롬비아와 볼리비아는 코카잎 생산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지난해 10월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콜롬비아 코카잎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2천40㎢였다. 21년 전 UNODC에서 추이를 살피기 시작한 이래 가장 넓은 면적이다.
볼리비아의 경우엔 2021년 코카잎 생산량이 전년 대비 4% 증가했다고 UNODC는 추산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코카잎 원료 의약품 허가를 확대하는 등 재배 농가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역시 코카잎 사용을 양성화하는 데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