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등 연쇄 파산은 금융규제 대폭 완화 탓"

입력 2023-03-13 21:57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의 중소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파산한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금융규제 완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태로 대형 금융기관들은 "규제당국이 월스트리트 대형은행들을 상대로 나사를 조일 때가 아니라, 최근 수년간 대체로 방치해 온 중소은행들에 신경써야 할 때"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금융규제를 강화했으나, 2018년 법을 개정해 '글로벌 시스템 중요은행'(G-SIB)으로 분류되는 대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지방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해 법을 공포하면서 중소·지방은행들을 대형은행들과 같은 방식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입법 추진 과정에서 그레그 베커 SVB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 연방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서 SVB는 '그냥 돈 빌려주는 은행'인데 G-SIB처럼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면서, SVB 임직원들이 규제 준수를 위한 작업에 매년 수천시간을 쓰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당시 베커뿐만 아니라 다른 중소은행 임원들도 비슷한 요구를 했고, 결국 이들의 희망이 실현됐다. 그러나 지난주에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실버게이트 은행, 샌타클래라의 SVB, 뉴욕의 시그니처은행 등이 차례로 문을 닫은 것을 계기로, 베커가 그토록 원했던 규제완화가 실제로는 이런 중소은행들의 몰락을 앞당겼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SVB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이래 가장 큰 은행 파산이었다. 이 은행은 수십년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과 벤처기업들의 돈줄 겸 금고 역할을 해 왔다.

실리콘밸리 일부를 지역구로 둔 로 칸나 연방하원의원은 블룸버그통신에 "2008년 이래 우리는 바로 이런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미래의 불안정성을 막기 위해서는 의회가 합심해서 트럼프 시절에 시행된 규제완화 정책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