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 SVB의 파산으로 우리 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은행권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경우 과거 리먼 사태 못지않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들 짚어봅니다. 경제부 신용훈 기자입니다.
신기자 먼저 SVB가 파산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입니까?
<기자>
가장 궁극적인 원인은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이름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들과 주로 거래하는 은행입니다.
스타트업들은 어떤 곳입니까 사업초기 기업들이고 사업 일으키기 위해서 자금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이지요.
때문에 기존에는 이들 대상으로 은행 대출 장사가 잘 됐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니까 기업들이 금리 부담에 더 이상 대출 안 받고 투자도 안하고 몸을 사리게 됩니다.
<앵커>
기업들이 대출을 안 받아가니 은행 입장에선 수익 낼 곳이 마땅치 않았겠군요.
<기자>
그래서 SVB는 고객들이 맡겨 놓은 예금을 채권에 투자합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아직 은행 금고에 채권형태로 돈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대출 안 받고 버티던 기업들이 돈이 필요해지니까 예금을 계속 찾아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은행은 갖고 있던 현금이 줄어들게 되죠.
부족한 현금을 채우기 위해서 그동안 투자했던 채권을 팔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데요.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금리 낮았을때 산 채권을 금리 올랐을 때 팔면 손해인데
그럼에도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에 SVB는 금리 낮았을 때 샀던 채권을 자기가 샀던 가격보다 싸게 팔면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또 이 채권매각 손실을 메우려고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되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난 겁니다.
<앵커>
고금리가 파산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다른 미국 은행들도 파산 우려가 커지는 것 아닌가요?
<기자>
SVB와 사업구조가 비슷한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줄도산 우려와 함께 제2의 리먼 사태가 올 것이란 경고도 나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자산규모는 2090억달러로 미국 전체 2,124개 상업은행 가운데 16번째입니다.
1위인 JP모간 체이스와 뱅크오브 아메리카의 자산 규모가 3.2조 달러, 2.4조달러 수준인데 이들 메가 뱅크의 10분의 1수준 입니다.
초대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작은 금융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파장이 쉽게 사그라지진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관련해서 우리 경제당국도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전민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민정 리포트]
<앵커>
당국 입장에선 SVB의 파산 우려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한데요.
국내 은행들 영향은 어떨까요?
<기자>
SVB와 국내 은행은 사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 파산사태를 국내은행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SVB는 스타트업 대출이 많고, 예금 투자도 채권이 절반 이상으로 대다수를 차지 했기 때문에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졌었던데 반해 국내 은행들은 예금을 대부분 주식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기 보다 대출로 돌렸다는 점이 다릅니다.
국내 은행들은 대출 영업이 고금리 임에도 상대적으로 잘 됐기 때문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연체율이 높으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출 연체율이 0.25% 정도로 안정권인 상황인데요.
국내 은행들의 사업구조와 영향을 김보미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김보미 기자>
"SVB나 실리콘밸리에 익스포저가 있는 국내 은행은 없다"
정부는 SVB 파산이 국내 은행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없고, 사업구조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SVB 파산은 주 고객인 IT·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성장 둔화로 현금흐름이 부족해지자, 대거 예금을 인출하려는 데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국내 은행권은 개인과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고객층이 다변화되어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분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SVB는 예금주들로부터 끌어 모은 자금의 절반 이상을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해 왔는데, 금리상승기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국내 은행권은 예수금의 95% 내외가 대출로 나가는 구조이고, 대손충당금은 이미 부실채권 대비 2배 이상 쌓아둔 상태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금리인상 여파로 인한 2금융권과 PF대출 부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연체율은 3%로, 전분기 대비 0.4%p 급증했습니다.
합산 연체액도 3조원을 넘어섰는데,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더불어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최근 3년내 최고치를 찍은 상황.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부동산 PF대출을 많이 한 금융회사가 부실화될 수 있는 그런 위험이 있고. 금융위기는 대개 전염되거든요. 중소은행에서 뱅크런이 일어나듯이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막연한 불안감이 자칫 뱅크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출 부실화에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에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손실흡수능력 등을 재점검하는 한편, 비상 자금조달 계획에 대한 점검 역시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앵커>
실제로 4대 금융지주 포함해서 지방금융지주, 인터넷뱅크도 역대 최대 실적들을 올렸습니다. 우리 금융시장은 탄탄하다는 방증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국내 은행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기자>
국내 은행들 리스크라면 부동산PF 대출이나, 가계대출 부실 우려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은행처럼 당장에 뱅크런으로 파산에 이르는 상황이 연출되긴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들어보시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지금 당장 우리나라 은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고요. 다만 현재 미국에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이후에 비슷한 사건이나 관련된 기업에서의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추가적인 금융불안정성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리먼사태의 경우에도 그 이전에 있었던 개별적 사안 자체가 바로 영향을 준 것은 아니고요. 다만 연속적으로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 경제가 어려워진 것으로...]
<앵커>
SVB 파산 이전에 미국의 대표적인 가상자산 은행인 실버게이트캐피탈이 청산을 선언했습니다.
연이은 특화 은행들의 파산으로 가상자산 시장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발 악재에 가상자산 업계에는 나비효과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를 이민재 기자가 들여다봅니다.
[이민재 기자 리포트]
<앵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앞세운 특화 은행들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특화 은행들의 잇따른 파산 소식이 정책추진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요?
<기자>
시중은행 과점피해 해소한다고 전문은행, 특화은행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꾸준하게 실효성 논란이 제기돼 왔습니다.
실효성 논란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과거 인터넷은행 도입된 이후에도 메기효과가 과연 있었는지를 짚어보면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선진국처럼 금융시장이 커지지 않는 한 소규모 특화 은행이 자생력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전문은행인 SVB와 가상자산 전문은행인 실버게이트의 파산으로 이런 주장에도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경제부 신용훈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