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관광객 태운 코끼리…척추 내려앉고서야 해방

입력 2023-03-12 13:32


오랜 기간 관광객을 태운 탓에 척추가 내려앉은 코끼리 사진이 공개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CNN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이것이 수년간의 관광객 타기 체험이 코끼리에게 한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태국에서 25년간 '코끼리 트레킹'으로 불리는 코끼리 타기 체험 관광에 동원됐던 71살 암컷 코끼리 파이린의 사진을 공개했다.

태국야생동물친구재단(WFFT)이 제공한 사진 속 파이린은 등 뒤쪽이 기형적으로 변형돼 내려앉은 모습이다. 20년 넘게 한 번에 최대 6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걸어야 했던 이 코끼리는 2006년부터 재단의 보호를 받고 있다. 너무 느리고 상태가 좋지 않아 관광객을 태우는 일을 더는 할 수 없게 된 파이린을 주인이 버리면서다.

WFFT은 "아직도 파이린의 등에는 오랫동안 압력을 받아 생긴 흉터가 있다"며 "지속적인 압력은 코끼리 등 조직과 뼈에 악영향을 미쳐 척추에 돌이킬 수 없는 물리적 손상을 입힌다"고 말했다.

코끼리 타기 체험은 동남아시아의 인기 관광상품 중 하나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코끼리는 말처럼 타기 위해 사육되는 동물이 아니고 몸의 구조가 무거운 것을 싣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동물학대라고 비판해왔다.

태국 매체 네이션은 12일 "미국 CNN이 태국 코끼리 트레킹 관광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기사를 보도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네이션은 "태국은 2014년 동물학대방지·동물복지법을 제정했다"며 "그러나 아직 태국은 동물보호지수는 D등급"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동물보호단체(WAP)가 산정하는 글로벌 동물보호지수는 A~G 등급으로 구성되는데, 태국 주변국인 미얀마와 베트남은 F등급이다. 한국은 태국과 같은 D등급이며, 일본과 중국은 E 등급이다.

동물보호에 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태국 등에서 코끼리 트레킹 외에도 동물쇼와 동물을 만지는 체험 등에 대한 동물학대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관광상품에서 동물학대 우려가 있는 프로그램이 빠지는 등 일부 변화가 시작됐지만, 아직 많은 동물이 관광객을 상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