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에 나선 가운데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가 이와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어도비는 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새로운 오피스 타워를 오픈했다. 어도비의 네 번째 사옥인 이 타워는 18층 높이에 11만6천여㎡(3만5천평) 규모로,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착공에 들어가 2020년 3월 팬데믹으로 대부분이 폐쇄된 가운데에서도 공사를 이어 나가 4년 만에 오픈했다.
어도비의 새 타워 오픈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공간을 줄이고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아마존은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예정된 두 번째 본사 건물 건설을 중단하기도 했다.
어도비는 또 다른 기업들이 일제히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올해 전사적인 정리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고인력책임자인 글로리아 첸은 "우리는 계속 성장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전사적인 해고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MS, 메타, 구글 등 상당수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실적 부진과 불확실한 경기 전망 등으로 전체 직원의 10% 안팎을 정리해고 한 바 있다.
새로운 업무 공간을 열었지만, 직원들에게 출근과 재택근무를 오가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점도 다른 기업들과 다르다.
첸은 "어떻게 근무할지는 여전히 매니저들에게 달려 있다"며 "유연 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영원히 정의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지난 1일부터 일주일에 나흘 사무실 근무에 들어갔으며, 아마존도 5월부터 3일 이상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등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있다.
어도비는 다만, 지난해 말에 영업직 일부 자리를 없앴고 새로운 오피스 공간을 채우기 위해 채용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어도비는 지난해 200억 달러(26조 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창업 10년 된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 인수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 법무부가 이 인수를 막기 위해 어도비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도비는 지난해 회계연도 4분기(9∼11월)에 45억3천만 달러의 매출과 3.60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