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제6차 시위에 역대 최다 인원이 참가했다.
내무부는 이날 시위에 128만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고, 시위를 주최한 노동총동맹(CGT)은 35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자체 집계해 큰 차이를 보였다.
정부와 주최 측 추산에 3배 가까이 차이가 있지만, 지난 1월부터 이어진 시위 중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다는 평가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지금까지는 지난 1월 31일 2차 시위에 참여한 인파가 가장 많았다. 당시 내무부는 127만명, CGT는 28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이날 280곳이 넘는 지역에서 열린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마무리됐으나 파리, 리옹, 낭트 등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파리에서는 오후 8시 기준 행진 도중 건물과 자동차를 훼손하거나, 발사체와 폭죽을 던진 혐의 등으로 4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파리뿐만 아니라 리옹과 낭트 등에서도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 가스를 뿌리고, 물대포를 분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서부에 있는 렌, 북부에 있는 릴 등 일부 도시에서는 시위대가 도로를 막아서거나, 일부러 서행 운전하면서 차량 통행에 차질을 빚었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파업으로 프랑스를 "멈춰 세우겠다"고 다짐한 가운데 철도공사(SNCF) 등 일부 노조는 끝을 기약하지 않는 파업을 예고했다.
이날 초고속열차(TGV)는 5대 중 1대꼴로 운행했고 독일, 스페인, 영국, 벨기에 등 주변국으로 가는 열차도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됐다.
파리 등 수도권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운영하는 파리교통공사(RATP) 역시 갱신할 수 있는 파업을 선포한 상태라 8일에도 축소 운영이 예상된다.
관제사들도 이날 파업에 함께하면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20%, 오를리와 마르세유 등 지방 공항에서는 30% 항공편이 취소됐다.
정유 부문 파업으로 프랑스 전역에 있는 정제소가 문을 닫았고, 전력공사(EDF) 등 에너지 부문도 파업에 동참했다.
연금 개혁 주무 부처인 올리비에 뒤솝트 노동부 장관의 고향이자 그가 10년간 시장을 지낸 아노네이시에 전기 공급이 끊겼었다고 BFM 방송이 보도했다.
교원 노조 파업으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교원은 교육부 집계 기준 30%가량이 학교에 오지 않았고, 도로 환경미화원들도 직장이 아닌 길거리로 나섰다.
제7차 시위는 3월 11일로 잡혔다.
프랑스 정부는 지금 연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머지않아 적자의 수렁에 빠져들 것이라며 정년 연장을 골자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62세인 정년을 2030년까지 64세로 높이고,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프랑스 상원은 이날 정년 연장이 담긴 조항 심의에 들어갔다고 일간 르파리지앵 등이 전했다.
상원은 이달 12일 자정까지 정부가 제출한 원안과 함께 야당이 제출한 4천700건이 넘는 수정안을 검토해야 한다.
상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우파 공화당(LR)이 장악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상원에서 공화당을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하원의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원과 상원은 공동 위원회를 꾸려 하나의 법안을 만들고, 늦어도 3월 26일 전에 각각 표결해야 한다.
앞서 하원은 지난달 2주간 법안을 심의했지만, 수정안이 너무 많아 가장 민감한 부분은 다루지도 못한 채 토론을 종료했다.
범여권이 하원 다수당이기는 하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공화당 등 야당의 지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