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의 前 최대주주인 해리스 어소시에이츠가 보유 지분을 매각한 배경을 공개하며, 크레디트스위스의 투자은행 부문 분사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리스 어소시에이츠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헤로(David Herro)는 이메일에서 “해리스 어소시에이츠는 지난 3~4개월 간 보유 지분 전체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어소시에이츠는 지난 약 20년간 크레디트스위스의 최대 주주였다. 해리스는 지난해 말 보유 지분 10%를 절반인 5%로 줄였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기록적인 자금 유출로 예상보다 큰 손실을 보인 지난달 재무 결과의 여파로 지난주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9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이 13억9300만스위스프랑(약 1조90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72억9300만스위스프랑(9조985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4분기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고객 자금은 1100억스위스프랑(약 150조원) 빠져나갔다. 지난해 10월 재무 건전성 위기설이 확산되며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앞다퉈 돈을 뺀 것이다. 1분기 전망도 어두웠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자산 관리와 투자은행 부문도 1분기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2007년 여름 이후부터 시가총액 약 95%가 증발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통화 긴축 정책이 대출 수익성에 대한 전망이 높아지며 타 유럽 경쟁 은행들이 지난해 말 주가 랠리를 펼친 것과 달리 랠리를 놓쳤다.
헤로 CIO는 “금리 상승은 많은 유럽 금융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크레디트스위스는) 나머지 부문이 지금 자본을 창출하고 있는데 왜 자본을 태우는 것을 선택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헤로는 또한 투자은행을 분사하려는 크레디트스위스의 계획을 비판했다. 헤로는 “이 계획은 길고 복잡하며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태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재무 건전성 위기 이후 IB 부문 브랜드를 크레디트스위스 퍼스트보스턴(CSFB)으로 바꾸고, 2025년까지 직원 9000명을 감원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해리스 어소시에이츠는 2000년대 초부터 크레디트스위스의 주식을 소유해왔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베팅을 두 배로 늘린 바 있다. 헤로 CIO는 크레디트스위스의 재무 건전성 문제가 제기됐을 때 은행을 변호했지만, 크레디트스위스가 투자은행을 개편하고 손실과 스캔들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이사회에 대해 더 비판적이었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의 현재 최대 주주는 사우디국립은행(SNB)이다. 곤경에 빠진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난 11월 사우디 국립 은행(SNB)을 최대주주로 영입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카타르 투자청 등으로부터 40억스위스프랑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