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3조 8천억 원 어치를 국내 업체 엘앤에프로부터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전기차 78만 대를 만들 수 있는 분량입니다.
자동차 메이커 중 배터리 자체생산 선두주자로 꼽히는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회사를 건너뛰고 국내 소재업체와 처음으로 직계약을 맺은 겁니다.
차값을 낮추기 위해 전기차 가격의 절반에 달하는 배터리를 직접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 테슬라가 큰 그림이 있는거죠. 완성차업체가 배터리업체와 소재업체에게 이익률을 정해주려고 하는 겁니다. (앞으로) 여러업체와 계약하면서 서로 경쟁을 시킬 수도 있습니다. 엘앤에프를 잡고 나중에 에코프로비엠과 가격경쟁 시켜 초저가로 살 수도 있고요.]
지금까지는 배터리 원가의 50%에 달하는 양극재 등 소재와 광물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사들(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가격을 조율했지만,
앞으로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소재-배터리-완성차 밸류체인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겁니다.
테슬라가 2030년까지 2천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앞으로 소재업체와의 직접 계약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소재업체와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정도지만,
수익성과 물량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배터리 자체 생산라인이 구축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배터리와 전기차업체가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핵심소재 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하면서 관련 기술을 빼가거나 파트너사 갈아타기도 쉬워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기술 유출 금지와 새로운 기술력 양성 등 다양한 방법을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은 배터리) 보급량이 적어 활황입니다. 10년 이후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이루면 영역이 좁아져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베스터데이에서 "조립비용 절반", "리튬 확보 등 안정적인 공급망"에 대해 강조한 만큼 앞으로 협력사 쥐어짜기가 심해질 수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1위 기업 도요타도 전기차와 배터리를 모두 생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완성차 메이커와 배터리 소재사 사이에서 가격 주도권을 쥐었던 K 배터리사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강미선입니다.
영상편집: 강다림, CG: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