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불가리처럼 인수 후 시너지" 하이브, SM 새 비전 공개

입력 2023-03-02 15:27


SM엔터테인먼트 1대 주주로 올라선 하이브가 2일 주주 제안 홈페이지를 개설해 공개 메시지를 띄웠다.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SM 현 경영진이 소액 주주에게 서한을 보내 지지를 호소한 데 이어 하이브도 공개적으로 소액 주주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그간 인수를 두고 벌어진 논란을 의식하는 듯 명품 브랜드 불가리와 기아자동차의 인수 성공 사례를 들며 SM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의 편에 서 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이브는 이날 오후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 'SM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열고 자신들이 그리는 새로운 SM의 비전을 공개했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SM)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많은 문제점을 가진 현 경영진 측 사내이사 후보와는 다르게 하이브 주주제안 측 사내이사 후보는 SM 3.0 그 이상을 구현해 내는 데 핵심적인 경영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CEO는 "지금까지 SM에 얼룩진 여러 가지 잘못된 관행과 문제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깨끗하게 단절, 정리할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며 주주를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하이브는 사내이사 후보자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을 제안한 상태다.

이와 더불어 이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준법감시인 제도 도입,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산하 위원회 설립 및 독립적 운영 보장 등을 담은 정관 변경안도 내놨다.

이재상 사내이사 후보자는 영상을 통해 하이브가 구상안 '윈 투게더'(Win Together) 비전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이 후보자는 "SM의 본질인 음악 사업은 오리지널 음악 콘텐츠의 품질 최고주의 철학을 공고히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제한적 리소스(자원) 상황에서 무리하게 설계된 신인 데뷔 및 앨범 론칭의 양적 성장 플랜에 대한 현실적 검토를 진행하는 동시에, 아티스트의 초기 브랜드 형성을 위한 콘텐츠 투자에 재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M은)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글로벌 메이저 음악회사뿐만 아니라 애플·에픽·구글 등 확장사업 영역 파트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지사를 거치지 않고 하이브가 보유한 글로벌 파트너사의 본사 창구를 활용해 업무 추진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3년간 SM의 당기순이익 30% 배당 성향을 유지하며 성장과 주주가치를 균형 있게 제고하는 보상 체계도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특히 명품 브랜드 불가리와 현대기아차의 사례를 들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불가리는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에 인수되기 전에는 장기적 성장 침체와 브랜드 가치의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며 "2011년 LVMH 그룹에 인수된 이후 크리에이티브(창조성)의 독립성을 보장받으면서 LVMH의 아시아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시장 확장의 우수한 성과를 창출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 가치는 두 배 이상 성장했고 영업이익률 또한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자는 또 "기아자동차는 현대차 그룹에 인수되기 전 연평균 2.3%이던 매출 성장률이 인수 이후 연평균 11%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판매량 또한 6배 이상 폭증해 명실공히 글로벌 톱클래스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사내이사 후보자 역시 영상을 통해 "하이브는 SM 3.0의 전략 방향성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현 경영진의 무모한 투자는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계획을 제시한 것 자체가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무책임함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SM 현 경영진은 최근 소액 주주에게 서한을 보내 "하이브가 SM 지분을 최대 40%까지만 보유하고 나머지 60%는 일반 주주가 가지게 되면 SM 주주와 하이브 주주 사이에는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자기들 편에 서달라고 주장했다.

가요계에서는 SM 현 경영진과 하이브 양측 모두 경영권 확보를 위한 안정적인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이달 31일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양측은 지분 60%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 주주를 상대로 끝까지 여론전을 펼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