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은 없었다…인공지능이 삼킨 MWC

입력 2023-03-02 19:09
수정 2023-03-02 19:09
<앵커> 지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세계 최대의 통신 축제인 MWC 2023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MWC는 전 세계 모바일 산업과 기술이 집결하는 곳이었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모바일을 넘어, 인공지능을 비롯한 미래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김민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올해 MWC가 던진 첫번째 화두는 '망 사용료'. 포문은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추진 중인 유럽연합, EU가 열었습니다.

빅테크들의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통신사들이 막대한 투자를 하게 됐으니 그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자는 겁니다.



지난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이 구글과 넷플릭스 등 단 6개의 빅테크에서 나왔고, 전체 트래픽의 60%를 동영상 서비스가 차지했습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 우리는 유럽의 기본적인 원칙들을 존중하면서도 막대한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EU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도 통신 인프라 투자비용을 분담토록 하는 가칭 '기가비트 연결법' 발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도 유럽 통신사들과 손잡고 '망 사용료' 분담을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해,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MWC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인공지능이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초거대 AI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KT는 AI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업까지 모두 참여한 인공지능 '풀스택' 라인업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배순민 KT AI2XL연구소장: 상반기 내 초거대AI '믿음'을 활용한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출시하고, AI B2B사업에 집중하여 연내 금융고객 상담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산업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할 계획입니다.]

한국판 인공지능 연합군인 'K AI 얼라이언스'를 선보인 SK텔레콤은 UAM까지 등장한 역대급 규모의 전시관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엘사 곤잘레스 솔라 (관람객): MWC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생동감 있고 실제 같았어요. 이런 점이 좋아았고, 인공지능을 좋아하는 분들께 체험을 추천하고 싶어요.]



관치 논란 속에 연임을 포기한 구현모 KT 대표는 이번 MWC로 사실상 마지막 공개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기조연설에 나선 구 대표는 디지코 KT의 달라진 3년을 숫자로 설명해 전 세계 통신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구현모 대표: 지난 3년간 우리는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며 디지코 전략을 실현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B2B 서비스로 수평적 확장을 했고, 미디어 플랫폼을 포함한 연결성을 넘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수직적으로도 확장했습니다. 또 우리는 모든 서비스를 클라우드와 AI로 옮길 준비도 했습니다. 우리 전략을 잘 통했고, 2022년 'B2B'와 '디지코'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섰습니다.]



올해 MWC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하나의 전시장을 통째로 쓴 화웨이였습니다.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어려워진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유럽 공략을 위해 MWC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지만 이제 더이상 그 누구도 '모바일'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이제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시작했던 모바일 혁명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