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분양 8만가구 육박…서둘러 청약 손질
<앵커> 국내 미분양 주택이 8만 가구에 육박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압박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무순위 청약 거주지 요건이 폐지되는 등 청약 규제가 완화되는데, 얼어붙은 분양시장을 녹일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정원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천가구(75,359)를 넘었습니다.
한달 새 또 7천가구 넘게 늘어 10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습니다. 지난해 1월말(21,727호)과 비교하면 1년 사이 5만가구 넘게 폭증한 것입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7,546가구로 전달보다 28가구(0.4%) 증가했습니다.
분양이 되지 않으면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미분양 물량의 84%가 몰린 지방에서 건설사들의 연쇄 도산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선호도가 있는 곳은 미분양이 해소돼 나가고 있다, 악성 미분양도 이번달 늘어난 것이 두자리(28호)에 불과하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습니다. 또 건설업계의 미분양 주택 매입 요구에도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상황"이라며 자구 노력을 재차 주문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서둘러 청약제도 손질에 나섰습니다.
당장 이날부터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이 폐지되면서 7만5천 미분양 주택이 ‘무순위 청약’ 시장에 풀리게 됩니다. 또 다음달부터는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대거 완화되고, 서울 중소형 평형 아파트에 추첨제가 본격 도입됩니다.
다분히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여보겠다는 조치인데, 시장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경제TV 정원우입니다.
영상편집 : 강다림 / CG : 신현호
## 3월 2만가구 몰려온다…올해 분양 판가름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위험수위를 넘어선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종합선물세트 수준으로 규제를 풀어줬는데요.
건설사들도 이번 규제 완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입니다. 이어서 방서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방 기자, 건설사들이 다음 달부터 분양을 재개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3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약 2만1,40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1만2,300가구)보다 74% 급증했습니다.
계절적으로 봄이 분양시장 성수기인 점을 감안해도 많은 편입니다.
정부가 미분양 증가세를 염두에 두고 청약 제도를 개선했을 뿐 아니라, 주택 매수 심리에 영향을 주는 대출 관련 규제도 풀렸기 때문입니다.
우선 금리가 연 3%대로 낮으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적용 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왔고,
다음 달부터는 다주택자도 서울을 비롯한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규제가 풀리면서 위축된 매수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 기대한 건설사들이 올해 초 하지 않았던 분양을 재개하기 시작한 겁니다.
쉽게 말해 마수걸이 분양이 3월로 밀렸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미분양이 이렇게 많은데, 좀 모험 아닌가요?
<기자>
일단 정부에서 집계한 미분양 통계는 기준이 한 달 전입니다.
또 각 지방차치단체에 신고된 미분양 물량을 취합한 수치라 규제 완화로 인한 시장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아직 수도권에 그치긴 하지만 반응은 오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청약을 진행하고 초기계약률이 60%를 밑돌았던 단지들이 올 들어 무순위 청약과 선착분 분양을 진행한 결과 남은 물량을 거의 완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심지어 해당 단지들은 무순위 청약 규제가 풀리기도 전에 물량이 소진된 겁니다. 대출 규제 완화만으로도 매수 심리를 어느 정도 자극하긴 한 거죠.
주택 거래량 회복을 판단하는 지표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1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1.5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2월 82.7보다 8.8포인트(p) 올랐습니다.
이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소비자의 행태변화와 인지수준을 0~200의 숫자로 지수화한 건데요.
0∼95는 하강 국면, 95∼114는 보합 국면, 115∼200은 상승 국면으로 구분됩니다.
여전히 하강 국면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분명 수치가 오르고 있고, 수도권(82.9→92.7) 뿐 아니라 비수도권(82.8→90.3)도 수치가 상승하면서 주택시장 분위기 반전을 점쳐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앵커>
바꿔 생각하면 다음 달 분양시장 흥행 여부가 건설사들에겐 올해 실적을 좌우할 가늠자가 되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하는 이상 분양을 해야지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무리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더라도 분양은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약 규제 완화까지 염두에 두고 분양을 미뤘는데, 잘 안 되면 올해 장사는 망쳤다고 봐도 되겠죠.
특히 3월에는 이번 청약 규제 완화 효과를 판가름할 중요한 단지들이 많습니다.
우선 대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3월 무순위 청약을 하고요, 용산국제빌딩5구역을 재개발한 호반써밋에이디션도 분양을 앞두고 있습니다. 호반써밋에이디션의 경우 규제지역 중소형 아파트 추첨제 공급 수혜를 노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회복 국면은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새로운 주택사업을 수주하기 보다는 미리 확보해둔 사업장으로 얼마나 잘 털어내느냐가 올해 실적과 유동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앵커>
상장된 대형 건설사들 대부분이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서 이번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인데요.
특히 어떤 건설사의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건설사들 대부분이 올해 분양 목표를 줄였기 때문에 절대적인 양보다는 분양 목표 달성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분양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분양을 하더라도 미분양 리스크가 적어야 합니다.
종합하면 입지적으로는 수도권에서, 사업 유형으로는 조합원이라는 수요가 버티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으로 진행한 사업장을 많이 확보해둔 건설사가 유리하다는 분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그런 조건들을 만족하는 건설사로 GS건설을 뽑았습니다.
실제로 3월 수도권 분양 예정 물량 중 GS건설이 공급하는 물량이 4분의 1에 달하고요.
건축·주택 수주잔고에서 도시정비사업 비중도 59%로 가장 높습니다.
이어 DL이앤씨(36%), 대우건설(27%), 현대건설(7%) 순으로 도정 사업장을 확보해 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