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대체용으로 쓰이는 제로(0) 칼로리 감미료 '에리트리톨'(erythritol)이 혈액 응고와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연구소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심장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들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도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상위 25%인 사람들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하위 25%보다 2배 높았다"며 "이는 당뇨병 같은 강력한 심장병 위험 요소와 맞먹는 것으로 적지 않은 위험"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애초 혈액 내 알려지지 않은 화학물질 중 심장마비나 뇌졸중, 향후 3년 내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효소를 찾기 위해 2004∼2011년 수집된 심장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미국인 1천157명의 혈액을 분석했다.
헤이즌 박사는 "이 과정에서 심장 질환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물질 하나를 발견했지만, 무엇인지는 몰랐다"며 "이후 분석에서 감미료인 에리트리톨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미국인 2천100여 명과 2018년까지 유럽에서 수집된 833명의 혈액을 추가로 분석, 모든 집단에서 높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심장마비나 뇌졸중, 3년 내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어진 동물실험에서 에리트리톨이 혈전증을 증가시키거나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에리트리톨로 인해 혈소판이 응고해 혈전이 쉽게 만들어지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이동하면 심장마비를, 뇌로 흘러가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덴버 내셔널 주이시 헬스(NJH)의 앤드루 프리먼 박사는 "에리트리톨 사용시 혈액 응고 위험이 있는 것 같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조심하는 차원에서 우선 식단에서 에리트리톨을 제한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열량 감미료 업계 단체 칼로리 통제 협회(CCC)의 로버트 랭킨 상임이사는 "이는 에리트리톨 같은 저열량 감미료가 안전하다는 수십 년간의 연구와 상반된다"며 "연구 참가자들이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결과를 일반인들에게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에리트리톨은 소르비톨이나 자일리톨과 마찬가지로 많은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자연 탄수화물인 당 알코올(sugar alcohol)의 일종으로, 설탕의 70%에 해당하는 단맛을 가지고 있지만 열량은 0㎈다.
대량으로 인공 제조된 에리트리톨은 뒷맛이 오래가지 않고 혈당을 상승시키지 않으며 다른 당 알코올보다 설사 유발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이즌 박사는 "이미 심장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처럼 혈액 응고나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에리트리톨을 멀리하라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RMIT대학 올리버 존스 교수는 "연구팀이 에리트리톨과 혈액 응고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지만, 이것이 곧 그런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