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을 써보니 정확성 문제 등으로 인해 금융권 일자리를 위협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한때 자동화가 어려웠던 채권·원자재 거래를 챗GPT 같은 AI 모델들이 장악함에 따라 은행들이 트레이더들을 무더기로 해고하는 식의 '어두운 미래'가 아직은 아니며 "절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 등 주요 월가 은행들이 AI 사용을 제한·금지한 가운데 실제 사용해보니 현 수준에서는 일상적 업무 처리 속도를 높여주기는 하지만 처리 절차가 그렇게 매끄럽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 원유 트레이더는 챗GPT를 이용해 원유 가격 전망에 대한 리서치 노트를 작성했더니 글은 잘 써지기는 했지만 정보가 과거 것이라 수정해야 했다. 한 신용 애널리스트는 동료가 챗GPT를 써서 기업 실적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봤지만, 내용이 엉망진창으로 틀려서 작성을 중단해야 했다고 전했다.
어느 은행 영업직 직원은 챗GPT를 이용해 고객 정보를 검토하려 했는데, 기존 인터넷 검색보다 시간은 덜 걸렸지만, 보고서에 그대로 쓸 수는 없었고 정확성을 위해 다시 한번 확인 작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오데드 넷처 교수는 "(챗GPT가) 시간은 줄여주겠지만 작업 결과가 참인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사무실에 있는 똑똑한 동료처럼 당신의 업무를 검토하고 개선하는 정도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챗GPT 모델이 확률론에 기반해 답변을 내놓는 만큼 데이터가 쌓일수록 점점 똑똑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래리 탭 애널리스트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언젠가 기계가 사람의 사고를 앞지르는 때가 올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당국의 규제 여부가 최종 결정권을 가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SEC가 왜 이러한 거래를 했는지 은행들에 물었을 때 '기계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것보다 나은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 직원은 투자·거래 결정 과정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관해야 한다는 미 증권거래법 때문에 과거 일부 은행이 직원들의 미인가 메신저 사용 건으로 벌금 처분을 받은 것처럼 AI 사용에 따른 데이터보안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JP모건체이스 등 금융기관들이 직원들의 챗GPT 사용을 막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