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공회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또 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 했다. 보험업계의 숙원사항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회의가 종료됐다.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막판에 상정되지 못하며 논의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초 법안소위 심사안건에 5번째 순서로 상정돼 있었지만 최종 논의안건에서 빠진 것이다.
의료업계의 반대가 여전하고 여야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최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까지 직접 나서 법안 통과를 촉구한 만큼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게다가 반대입장을 고수하던 의료계가 '8자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엔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결국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 한 채 미뤄졌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일일이 영수증을 촬영해 보험사에 제출할 필요없이 진료를 마치면 전산을 통해 자동으로 보험금 청구가 되는 시스템이다. 당초 의료계는 과도한 업무부담과 민감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해왔다.
이에 대안책으로 보험개발원을 중계로 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추진 중인 상황이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도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개발원에서 그 동안 단 한 건의 오남용 유출사고도 없었다"며 중계기관으로서 적합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보험사기 처벌 수위를 높이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도 총 10건이 법안소위 테이블에 올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 했다.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금융당국의 자료요청권 도입과 보험업 관련자가 범행 시 가중처벌, 보험사기범죄 이익 환수, 보험사기 알선·권유·유인 금지 등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때문에 정치 현안으로 민생과 관련한 법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와 직결되는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 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