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등 역사·안보 문제로 한일 간 크고 작은 갈등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지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 국민의 수는 급증세다.
일본의 일방적 수입제한 조치에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가열돼 '노 재팬'을 구호로 하는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2019년 즈음과는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닫았다가 다시 연 지난해 10월 한달동안 한국 국민 약 12만3천명이 일본에 간 것으로 집계된다. 이후 11월 31만5천명, 12월 45만6천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더니 지난달에는 56만5천명을 넘겼다.
일본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37.7%에 달하는 수치다.
관광업계에선 앞으로 일본에 가는 우리 관광객 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일절인 내달 1일에도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 대부분이 팔렸다.
27일 티웨이항공에 따르면 2월 마지막 주말인 2월25일부터 3월1일 닷새간 한국발 일본행 항공권의 평균 예약률은 93%로 사실상 '풀 부킹'이다. 진에어와 제주항공 역시 같은 기간 평균 예약률은 90% 이상이어서 여름 휴가철 못지않다.
여행사 하나투어 관계자는 "최근 판매된 패키지여행과 항공권 3개 중 1개는 일본 여행 상품"이라며 "해당 기간(삼일절 전후)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국인의 '일본행 러시'는 일본 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발판으로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하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등 한국 국민의 반일 감정을 고조할 만한 행보를 강행하는 모습을 고려하면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윗세대로 갈수록 역사·정치문제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세대가 점차 바뀌면서 그런 면이 상당 부분 흐려졌다"며 "과거사와 문화 소비를 분리해 생각하는 게 일반화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짧은 이동 시간과 엔화 약세, 국내와 비슷한 물가 등 일본이 여행지로서 경제적이라는 점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같은 여행 경비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은 다른 선택지보다 일본이 더 크다"며 "한일 문제가 불편하고 신경 쓰이더라도 일본 여행으로 얻는 편익이 그보다 더 크면 '나를 위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허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