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자녀의 부모 부양 책임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전엔 둘 중 한명은 자식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5명 중 1명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7월 총 7천865가구를 대상으로 한 제1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에서 '부모 부양의 책임은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3.12%가 '매우 동의한다', 18.27%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두 응답을 합쳐 21.39%만이 부모 부양의 자녀 책임에 대해 동의한 것이다.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9.47%였고, 41.86%가 '반대한다', 7.28%가 '매우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을 합치면 절반 가까이(49.14%)에 달한다.
찬반 비율은 저소득 가구원(동의 20.6%, 반대 50.74%)과 일반 가구원(동의 21.53%, 반대 48.87%)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같은 인식은 15년 전 조사 결과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6년부터 매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를 하면서 3년 주기로 '복지 인식'에 대한 부가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부모 부양 책임에 대한 문항이 처음 들어간 2007년의 경우 '부모를 모실 책임이 자녀에게 있다'는 의견에 52.6%(매우 동의 12.7%, 동의 39.9%)가 동의했고, 반대 응답은 24.3%(매우 반대 1.7%, 반대 22.6%)로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3년 후 2010년 조사에선 동의 비율이 40.85%(매우 동의 7.14% 동의 33.71%)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반대 비율 36.08%(매우 반대 2.05%, 반대 34.03%)보단 높았다. 2013년 조사에선 동의가 35.45%, 반대가 36.03%로 역전됐고, 2016년엔 동의 33.2%, 반대 34.8%, 2019년엔 동의 23.34%, 반대 40.94%로 점점 격차가 벌어졌다.
비슷하게 '어린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동의 비율도 15년 사이 점차 낮아졌다.
2007년 조사에선 '매우 동의'(16.4%)와 '동의'(48.3%)를 합쳐 64.7%가 동의한 반면 2022년 조사에선 39.6%(매우 동의 6.77%, 동의 32.83%)가 동의했다.
15년 사이 가족관이나 성 역할 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노인이나 자녀의 돌봄 부담을 오롯이 가족이 졌던 과거와 달리 사회나 국가의 책임에 대한 인식이 커진 것이다.
한편 2022년 한국복지패널 복지 인식 부가조사에선 전반적인 사회적·정치적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문항들도 담겼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만 제공돼야 한다'는 의견엔 반대(41.93%)가 찬성(34.82%)보다 많았다. 선별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에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국가 건강보험을 축소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다수가 반대(71.35%)했다. 대학 무상교육에 대해선 반대(44.52%)가 찬성(32.64%)보다 많은 반면, 유치원이나 보육시설의 무상 제공의 경우 찬성(74.25%)이 반대(10.19%)를 압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