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여성 중 결혼·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사회복지연구에 게재된 '청년층의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인식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만 20~34세 미혼 남녀 281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는데 동의한 여성은 4.0%, 남성은 12.9%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답한 여성은 42.9%였지만 남성은 61.3%로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여성은 53.2%로 남성(25.8%)의 2배 이상이었다.
여성 스스로는 결혼과 출산을 자신의 삶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선택의 문제로 보지만 남성은 여성의 결혼·출산을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는 응답자들의 성별뿐 아니라 연령, 삶의 질(교육 수준·고용 지위·건강 상태·우울감·행복감), 사회의 질(경제적 안정성·사회적 신뢰·기회의 평등·결정의 자유·계층 이동성)을 기준으로 다층 분석했는데, 그 결과 주관적으로 삶의 질이 높다고 여길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또 사회적 신뢰가 높을수록, 기회와 평등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 자신의 계층 이동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오지 않았으나 자녀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볼수록 결혼과 출산의 중요도를 높게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의 비혼 경향과 저출산 문제는 단순하게는 직업과 경제력을 가진 여성이 증가한 탓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결국은 주거비 등 돈 문제로 귀결짓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는 결국 사회가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포용적이라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결혼·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조사를 수행한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은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동시에 사회 공동체의 맥락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행위"라며 "결혼·출산 감소 추세에 대응하려면 사회적 포용성과 응집성을 높여 사회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과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은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고 지난 22일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간 혼인 건수는 2년째 20만 건을 밑돌았고 처음 엄마가 되는 평균 나이는 33.0세로 OECD 평균보다 네 살 가까이 많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