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업 성과를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여겨져 왔지만, 실제로는 취득 이후 제대로 소각되지 않아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사주 마법'으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가 추가적인 자금 지출 없이 발생해 외부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자사주 마법'이란 인적 분할을 추진하는 회사의 자사주에 신설 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배정된 지분만큼 지배주주의 신설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 "자사주 취득, 자사주 마법으로 외부주주 이익 침해"
23일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정책세미나에서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인적분할과 자사주 마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2000∼2021년 상장기업의 인적분할 144건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사주 마법'은 주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현물출자 유상증자와 결합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마법은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극대화되고 지주회사 요건의 충족에는 효과적이지만, 외부주주의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현저히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자사주 마법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것은 자기주식의 경제적 실질에 대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규제체계가 근본 원인"이라며 "자사주 마법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자사주 취득, 주주환원 효과 제한적 우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기업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강 연구위원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를 분석한 결과,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공시한 기업이 전체의 94%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사주 처분 공시 중 자사주 취득 목적을 소각으로 밝힌 경우는 직접취득의 5.7%, 간접취득의 0.1%에 그쳤으며, 취득한 자사주는 이익배당 지급, 상환주식 상환, 조직개편 대가 등으로 지급되는 등 기업의 재량에 따라 다양하게 처분돼 주주간 형평성을 침해하거나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탁계약을 통한 간접취득은 직접취득과 경제적 실질이 동일함에도 취득기간, 취득 강제성, 처분 가능성 등 직접취득에 비해 규제 제약이 낮아 간접취득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 연구위원은 "자기주식의 직간접 취득 및 처분 제도의 경제적 실질과 효익, 일반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과 처분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수단으로서 신뢰도를 높이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자사주 시가총액 산정에 포함시켜선 안돼"
한편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자사주 취득에 따른 주가 상승이 주주환원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이해"라며 "이미 기업은 주주들을 위해 자금을 사용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자사주 취득 행위 자체가 주주환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사주를 기업가치 평가에 포함시키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미국과 같이 시가총액 산정시 자사주 취득분을 제외하고, 자사주 취득시 신주 발행과 동일하게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송민경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사주 취득 관련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기업이 자사주 취득과 소각할 때 목적과 향후 계획을 분명히 명시하도록 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또한 이것이 주주 이익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명시하도록 제도 개선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