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교사…학대당한 학생 돕는다더니 관사서 성폭행

입력 2023-02-22 13:14


어머니에게 학대당한 학생을 상담하겠다며 보호자를 자처한 교사가 학생을 오히려 성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2부(김혜선 부장판사)는 고등학교 교사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광주의 한 학교에서 근무한 A씨는 제자 B양이 어머니로부터 학대당했다는 말을 듣고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더이상 어머니와 같이 살 수 없게 된 B양에게 관사에서 함께 지내자며 따뜻한 제안을 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을 의지하며 상담한 B양에게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과거 성추행을 당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은 B양에게 "밖에서 위험하게 성 경험을 하는 것보다 집에서 안전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범행하기 시작했고, B양이 하지 말라고 밀치거나 "이러면 성폭행범"이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B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같은 학교가 아닌 친구에게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겨울방학이 되면서 A씨 범행은 더 심해졌고 B양이 괴로움을 학교 측에 토로하면서 A씨에게서 벗어나게 됐다.

학교 측은 경찰에 A씨를 신고하고 A씨를 퇴사 조치했다.

검찰은 A씨가 B양과 함께 살기 시작한 직후인 2021년 11월 말부터 지난해 1월 초까지 한 달 반 동안 11차례 범행했다고 보고,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재판 내내 B양과 어떤 성적 접촉도 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질병으로 인해 B양이 주장하는 범행을 실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질병 등 중요 부분에서 A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반면 피해자 진술은 일관되고 상세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학교 학생이자 사실상 보호하던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해 죄책이 무겁다.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전혀 하지 않았다"며 "다만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