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장관 "노란봉투법, 파업만능주의 우려...기업 투자 위축"

입력 2023-02-20 10:57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며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사업주에게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로서 모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를 통과한데 이어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요구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에서도 지난 17일 야당 주도로 가결됐다.

현재 노조법 2조에서는 '사용자'에 대해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환노위 소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에서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 장관은 "사용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원청은 자신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인지, 단체교섭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현장의 혼란만 초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파업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동쟁의와 적법한 파업의 범위가 사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까지 확대된다"며 "임금체불, 해고자 복직 등의 권리분쟁이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법률적 판단이 아닌 노조가 파업 등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돼 노사갈등 비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조의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다"며 "이는 피해자가 일일이 과실비율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불법행위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해 피해자 배상을 우선하는 대법원 판례와 충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노동조합법에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맞지 않고,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들과의 형평에도 어긋나며, 일부 노조의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고용부 실태조사 결과,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대부분(89.3%)은 사업장 점거, 폭력과 같은 쟁의행위 수단의 위법성 때문이었고 90% 이상이 특정 노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관은 또 "이번 법 개정으로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노사갈등 비용이 커지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기업의 손실, 투자 위축 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어려움, 일자리 감소 등 연쇄적 부작용 속에서 미래 세대인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사관계 법·제도 전반과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재고해 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