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서면서 한미일 등이 전례와 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 탓에 이번에도 기대를 갖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 18일 오후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 '화성-15형' 기습발사 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한미 등 우방국들은 이번 ICBM 발사 건을 안보리에 제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안보리 이사국들이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문제는 안보리가 북한의 지난해 11월 ICBM '화성-17형' 발사에 대응한 의장성명도 아직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의 '화성-17형' 발사 이후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제안하고 초안을 마련해 이사국들과 협의해 왔다.
ICBM 발사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새로운 제재 결의를 추진해야 하지만, 당장 중러의 동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수위를 낮춰서라도 안보리의 단합된 목소리를 도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의장성명에마저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협의는 장기간 공전 중이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최근 미국의소리(VOA)에 "실무 수준의 협상에서 2개 이사국이 관여를 거부해 의장성명은 진전이 어려웠다(could not move forward)"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중·러를 가리키는 것이다.
미국 등은 기존 추진되던 의장성명의 연장선에서 다시금 안보리 대응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에서 북한 ICBM 발사를 규탄하며 "책임있는 강대국들이 이처럼 중대한 국제적 도전에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쉽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뜻을 같이 하는 우방국들의 독자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10일에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응한 독자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이 사이버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편 최근 북한이 안보리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소집된 안보리 회의를 거론하며 "미국의 책동이 더이상 허용할 수 없는 극단에 이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앞으로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다니는 경우 미국의 일방적인 대조선 압박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안전보장리사회에 대한 항의로 정상적인 군사활동 범주 외에 추가적인 행동 조치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고, 그 다음 날 바로 ICBM을 쐈다.
안보리가 실상 아무 행동도 못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이처럼 민감하게 나오는 것은 앞으로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시를 염두에 둔 선제적 압박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다시금 안보리가 소집돼 추가 제재를 논의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북한은 지금부터 안보리에 문제 제기를 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명분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