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인상 기조를 깨고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시장과 경제주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연합뉴스가 7명의 경제·금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명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앞서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2020년 3월 빅 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포함해 같은 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낮췄고,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마침내 15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만약 23일 동결이 결정되면, 큰 흐름에서 2021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추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최종 금리 3.50%에서 긴축 종결을 예상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불안한 경기 상황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도 우려된다"며 "따라서 금통위원들도 추가 금리 인상이 물가를 낮추는 효과보다 경기와 금융시장을 해치는 부작용을 더 걱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출이 부진한데 소비도 위축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다"며 "한은이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2%(전년동월대비)로 다시 올랐지만, 한은이나 정부의 올해 물가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1월 물가 상승이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이 컸는데, 다른 부분은 좀 안정되는 분위기다.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도 정부가 낮추겠다고 얘기했으니, 앞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은 조금씩 낮아지고 (정책에서) 우선순위도 뒤로 밀릴 수 있다"며 동결을 점쳤다.
반대로 23일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직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한은이 그나마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LG경영연구원)가 예상한 대로 물가 상승률이 작년 가을 정점을 찍었지만, 기대만큼 빨리 떨어지지 않고 1월 오히려 다시 반등했다"며 "한은으로서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부담스럽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한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25∼4.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고, 한국(3.50%)과 미국의 격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의장이 "두어 번(couple)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종적으로 5.25%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으로 유지하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로 커지고,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물가나 경기지표를 보면 3월, 5월 두 차례 정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더 밟을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한은도 한 번 정도는 따라가야 할 텐데, 이번에 동결하면 시장이 인상 종결 시그널(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다시 올리기 힘들다. 결국 이번이 마지막 기회로, 3.75%에서 인상기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이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한은도 이번에 한 번 더 0.25%포인트 올려놓고 지켜보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