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민들이 영하 20도를 밑도는 날씨에 수영복을 입고 거리에 나와 몸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 캠페인을 통해 '신(新)냉전'에 새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영국 더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4천800마일(약 7천700㎞) 떨어진 블라고베셴스크 광장에 주민 150명 안팎이 집결해 이 같은 행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블라고베셴스크 지역 관리 나데즈다 바그로바는 "오늘 우리는 조국의 이름으로 용맹한 행동에 나선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왔다"며 "러시아 국민들의 꺾이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빨간 바구니를 머리 위로 집어 들어 안에 든 찬물을 비워냈다. 집단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방불케 했다. 배경음악으로는 러시아 팝스타 올레크 가즈마노프의 '포워드, 러시아!'가 흘러나왔고, 이들을 둘러싼 500여 명의 인파가 환호를 보냈다.
러시아는 오는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전쟁 지지 콘서트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록밴드와 팝스타 공연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러시아는 자국민을 상대로 전쟁 지지 여론에 불을 지피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점령지 내에서도 현지 주민들에게 위성 채널을 무료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게토(digital ghetto)'를 조성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과거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 거주지를 높은 벽으로 둘러싸 바깥 사회와 격리했던 것처럼 점령지 주민들이 외부 소식을 접할 길을 차단한 채 순종을 강요하려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점령지에 제공하는 '루스키 미르(러시아 세계)'로 불리는 위성채널은 위대한 러시아를 서방 적대세력이 무너뜨리려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채널 20개와 특별 제작된 지역 채널 10개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는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 인터넷망도 차단했으며, 우크라이나 주파수를 이용해 라디오를 송출하고 있다. 가상사설망(VPN) 앱 등으로 우회하면 러시아군 점령지에서도 우크라이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일부 주민들에게는 이마저도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사진=Belsat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