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확한 공시체계 필요"…엉터리 정보도 제공 [토큰증권 A~Z]

입력 2023-02-17 19:02
수정 2023-02-17 19:02
<앵커>

정부가 부동산, 미술품 등 조각투자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토큰 증권'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가 토큰증권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기존 조각투자의 문제점을 들여다봤습니다.

우선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부동산 분야를 살펴봤더니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됐습니다.

즉각 공시돼야 할 내용이 뒤늦게 공시되거나, 심지어 잘못된 정보까지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이같은 사각지대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향후 토큰 증권 투자자 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문형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동산 실물자산에 대한 지분 또는 부동산 임대 및 매각 수익을 쪼개 파는 부동산 조각투자.

이르면 내년부터 부동산 조각투자 등을 토큰화한 ‘토큰 증권’ 발행이 전면 허용될 예정입니다.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관련 업체들을 살펴보니 문제점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특히 상품 가격과 임대수익에 영향을 주는 정보들이 제때 공시되지 않는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주식시장처럼 투자 상품 공시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없다보니 일명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취재결과, 업체 A가 지난 2021년 판매를 시작한 ‘서초 모 빌딩'에서 지연 공시가 확인됐습니다.

해당 건물은 지난해 8월 폭우로 침수되면서 전기와 수도, 엘리베이터 사용이 10일가량 멈췄습니다.

임차인에 영업 피해가 생겼고, 이에 임대인은 임대료를 일부 삭감해주는 내용에 합의했습니다.

이같은 합의가 체결된 건 9월 23일, 하지만 공시는 4일이 지난 9월 27일에서야 이뤄졌습니다.

조각투자자들은 침수, 전기와 수도사용 중단, 임대료 삭감 사실 등을 뒤늦게 알게 된 겁니다.

[김갑래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즉시 공시를 하는 쪽으로 해야겠죠.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한 경우 예를 들어서 불이 났는데 공시는 안 뜨는데 거래는 되고 있어요. 그런 것 같은 경우에는 즉시 공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지연 공시뿐 아니라 아예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허위 공시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이 건물, 한 업체가 조각투자 상품으로 올려놓은 물건입니다.

업체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부동산 종류는 ‘빌라’, 층수는 지하1층, 지상5층인데요.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업체는 실제와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부동산의 종류는 ‘도시형 생활주택’, 층수는 지하1층에 지상6층까지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홍기훈 /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부족한 상황인 겁니다. 그러면 불완전 판매가 될 수 있어요.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것이거든요. 분명히 감독관이나 규제기관의 감사 내지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토큰증권 도입을 앞두고 법개정 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문형민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증권부 문형민 기자와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의 문제점을 자세하게 알아봅니다.

문 기자, 공시를 제때 하지 않는다거나, 잘못된 정보를 내놓는 것 외에 다른 문제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명에서 비롯되는 문제인데요.

설명에 앞서 또 다른 조각투자 업체인 B사가 지난해 1호 건물을 공모할 때 활용한 홍보 영상 먼저 보시죠.

앵커는 이 영상을 보고 어떤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앵커>

당연히 롯데월드타워 아닌가요? 영상에 롯데월드타워라고 나와 있네요.

<기자>

저도 롯데월드타워 빌딩 전체에 대해 어떤 임대수익이나 지분을 쪼개서 파는 건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한 호실에 대한 조각투자 상품이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물었더니 ‘한 호실인 줄은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롯데월드타워 소유권자인 롯데물산은 영상이 공개되고 B사에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이와 관련해 롯데물산 관계자 이야기 듣고 오겠습니다.

[롯데물산 관계자: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한 개 호실에 대한 조각투자였는데, B사에서는 처음에 과장 광고를 통해서 홍보를 했었어요. 마치 시그니엘 레지던스 전체를 B사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것에 대한 정정, 수정, 이런 요청을 하는 공문을 보냈고…]

이후 B사은 해당 상품의 상품명을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로 바로 수정한 뒤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다른 조각투자 업체들도 이제 정확한 상품명을 기재하고 청약이나 판매를 하고 있겠네요?

<기자>

아직도 대다수의 업체들이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품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B사의 두 번째 공모 상품명은 ‘해운대 엘시티’인데요. 이 또한 전체 건물이 아닌 한 호실이 투자 대상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보면 이게 한 호실만을 쪼개서 파는 건지, 아니면 빌딩 전체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리포트에서 언급한 A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초 모 빌딩', ‘여의도 모 타워’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현재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서초 모 빌딩'은 해당 건물의 한 층을, '여의도 모 타워'는 한 호실만 투자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서 해당 투자 상품을 클릭하면 투자 대상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고요.

또 공시지가, 임차인 정보, 증권신고서, 감정평가서 등도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품명에 대한 부분은 조각투자 기업 윤리의식에 기대야 하는 부분이지만, 일부 개선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그러게요. 상품명을 통해 바로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문 기자, 조각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질 것 같은데요.

투자자 보호에 대한 조치는 잘 마련돼 있는 겁니까?

<기자>

앞서 언급한 기업들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 사기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제도권 금융회사의 계좌를 통해 투자하도록 했는데요.

투자 예치금이 은행이나 증권사 계좌에 보관되기 때문에 조각투자 플랫폼 회사가 내 돈을 맘대로 유용하거나 회사가 망한다고 해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는 없다는 겁니다.

또 조각투자 플랫폼이 제공하는 투자 자산은 기본적으로 자산운용사나 신탁사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발행한 수익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으로 관리되고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여러 기관이 증권의 등록과 공증에 참여하기 때문에 수익증권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가 소멸할 우려는 적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문 기자, 부동산 조각투자에 블록체인을 더하면 ‘부동산 토큰증권’이 되잖아요.

제도권 편입이 예정됐는데, 자본시장법 아래에서 관리되면 앞서 살펴본 문제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특히 리포트에서 언급된 조각투자 업체 ‘공시’에 대한 문제는 현재 법적으로 처벌하는 등의 마땅한 대책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안으로 들어오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처럼 법상 처벌이 가능해 집니다.

만약 지연공시 또는 허위공시 등 불성실공시를 한다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겠고요.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에 따른 부과벌점이 쌓이거나, 공시위원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5억원 이내의 제재금이 부과됩니다.

또 2년간 3회 이상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본격적으로 허용되는 게 내년부터니까 그전까지는 법의 공백기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토큰 증권 투자자 보호제도에 대한 개선과 보완 등을 이행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문형민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김재원, 영상편집: 김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