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뜯을 풀도 없다…'축산강국' 우루과이 최악의 가뭄

입력 2023-02-17 05:39


축산업 강국인 남미 우루과이가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역대급 가뭄 극복을 위해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일간지 엘파이스와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루이스 라카예 포우 정부는 파이산두(서부), 파소데로스토로스(중부), 산호세데마요와 솔리마르(남부), 카스티요스(남동부) 등 5개 지역에서 하루 3∼4시간(최대 8시간)에 이르는 단수 조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조처는 지난 주말 발표한 '음용 목적 외 식수 사용 제한'에 이은 가뭄 극복 대책의 하나다.

4월까지 '농업 비상사태'를 선포한 우루과이 정부는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먹을 수 있는 물로 세차나 보도 세척 등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페르난도 마토스 우루과이 축산농수산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비옥한 토양이 가뭄으로 광범위하게 악화하고 있다"며 "비를 좀 맞아야 숨을 쉴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는 (강우량이) 불충분하다"고 호소했다.

남한 면적의 약 1.7배(17만6천㎢)인 우루과이에서는 일반적으로 광활한 목초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확한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국토의 85%에 목초지가 조성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소들이 뜯을 만한 풀을 쉽게 발견할 수 없을 만큼 땅이 메말라 가고 있다.

남미 남부 가뭄정보시스템(SISSA) 홈페이지에 공개된 데이터를 보면 우루과이 전역은 무척 건조한 상태인데, 특히 북부 일부 지역은 6단계로 나눈 가뭄 정도 중 최악인 '비정상 가뭄'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산업 분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루과이 정부로서는 이번 가뭄이 '국가적 재앙'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기상예보 상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당분간 단비 소식도 없어서, 속이 더 타들어 가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에는 라플로레스타에서 불이 났는데, 강풍에 더해 건조한 날씨 때문에 진화에 애를 먹기도 했다.

궁여지책으로 정부는 지하수를 조금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해 우루과이석유공사(ANCAP) 창고에 보관 중인 펌프 설비까지 꺼내기로 했다.

이 설비는 2009년 이후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어서 "쓰기에 최적인 상태"라고 디에고 듀란트 공사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석유공사는 또 현재 미사용 중인 탱커 6대를 식수 운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여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