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자동차가 배터리 문제로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해당 차량에는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주 초부터 F-150 라이트닝을 조립하는 미시간주 디어본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포드는 성명을 내고 "사전 품질 점검에서 잠재적인 배터리 품질 문제가 나타났다. 조사하는 동안 자동차 생산을 보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엔지니어들이 이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중이라고 포드 측은 덧붙였다.
포드 측은 구체적인 배터리 문제나 생산 재개 시점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미 출고된 차량에 대한 판매 중단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출시된 F-150 라이트닝은 대기 고객만 20만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끄는 모델이다. '타도 테슬라'를 선언한 포드는 F-150 라이트닝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 조지아1공장에서 생산한 NCM9 배터리가 전량 탑재되고 있다.
SK온은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통해 총 26억달러를 투자, 조지아주에 단독으로 배터리 1·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9.8기가와트시(GWh) 생산 능력을 갖춘 1공장은 2019년 착공 후 작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NCM9은 니켈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다.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주행거리가 늘지만 안전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을 지그재그(z) 모양으로 감싸는 Z-폴딩 기술로 보완했다는 것이 SK온 측의 설명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조립 단위에 따라 셀, 모듈, 팩으로 나뉜다. 다수의 배터리 셀을 외부 충격과 열, 진동 등으로 보호하기 위한 프레임에 넣은 것이 모듈, 이 모듈들을 묶어 각종 제어·보호 시스템을 장착한 것이 팩이다.
SK온은 배터리 모듈 형태로 포드에 납품하며, 이후 팩으로 패키징(포장)하는 작업은 포드가 진행한다.
아직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구체적인 원인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포드가 "배터리 품질 문제"라고 발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포드는 전날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 내년부터 F-150 라이트닝에도 LFP배터리를 장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포드와 SK온의 협력 관계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SK온이 포드와 함께 튀르키예에 짓기로 한 배터리 합작공장 프로젝트도 최근 무산됐기 때문이다.
다만 SK온은 포드와의 협력 관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생산 중단 건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SK온은 "현재 미국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며, 일부 라인은 운영상의 문제로 점검 중"이라며 "원천적인 기술 문제는 아니므로 포드 측과 개선 방안 협의를 거쳐 조만간 생산을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이슈에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7.46% 급락한 15만5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