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기 설치비 1억"…전기차 '급속충전기'만 보조금 준다

입력 2023-02-15 19:26
수정 2023-02-16 07:56
정부 "완속충전 지원 내년까지만"
"2025년부터 급속만 보조금 지급"
<앵커>

전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충전시간이 빠른 급속 충전기의 보급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정부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재 완속 충전기 중심의 보조금 체계를 급속 충전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이 내용을 단독 취재한 신재근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전기차 급속 충전기가 얼마나 부족하길래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겁니까?

<기자>

먼저 급속 충전기가 얼마나 보급됐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작년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급속 충전기는 2만 기를 조금 넘는데요.

전체 전기차 충전기가 20만5천 기인 걸 감안하면 급속 충전기 비중은 10% 정도밖에 안 됩니다.

전기차 2대 당 1대 꼴로 보급된 완속 충전기와 달리, 급속 충전기는 전기차 20대 당 1기 꼴로 설치된 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실이 경기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급속 충전기 1기가 담당할 수 있는 적정 차량대수는 10대인데요.

현재 전국 평균은 18.6대입니다. 그러니까 급속 충전기 1대당 19대의 전기차를 담당한다는 얘기입니다.

대도시인 서울(26.02대)과 부산(34.05대), 인천(31.02대) 등은 더 상황이 심각합니다.

특히 전기차 이용자 사이에선 장거리 여행을 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내 급속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실제 전기차 이용자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희준 / 전기차 차주: 고속도로는 (급속 충전기) 개수가 2기 정도밖에 없어요. 줄 서서 충전하고 이러는 게 많이 불편해요. 기본 1시간 정도, 30분~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해요. 빨리 되니깐 급속을 찾을 수밖에 없어요. 급속 충전기가 고속도로나 이런 장거리 뛸 수 있게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앵커>

지난해부터 웬만한 대기업들은 모두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든 것 같은데, 왜 늘지 않는 겁니까?

<기자>

아직 사업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초기 투자비 대비 벌어들이는 돈이 적은 건데요.

충전 업계에 따르면, 완속은 충전기 한 기당 설치비와 운영비로 2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급속 충전기는 한 기당 최소 2천만 원 이상, 초급속 충전기는 1억 원까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업계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강인철 / 플러그링크 대표이사: 2021년까진 전기차 보급대수가 20만 대였기 때문에 경제성이 확보가 잘 안됐습니다. 아직까지도 보조금 없이는 급속 충전기 경제성이 확보가 안되는 상황이어서 투자비가 다소 부담되는 건 맞습니다. 전기차가 충분히 늘어나기 전까지 경제성 확보는 어렵습니다.]

값비싼 설치비에 비해 급속 충전기 이용률은 낮은 편인데요.

전기차가 40만 대 가까이 보급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비중은 그렇게 높진 않고요. 또 도심의 경우 급속 충전기 이용률이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말을 제외하고 전기차 이용자들이 평일엔 대부분 집 주차장이나, 회사 주차장에 있는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충전 비용이 완속에 비해 급속이 2배, 혹은 3배 정도 비싸고, 심지어 초급속으로 충전하면 차량에 부하가 걸린다는 전기차 이용자들의 인식도 급속 이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망설이는 건데, 수익을 내려면 어떤 조건들이 선행돼야 하는 겁니까?

<기자>

무엇보다 전기차가 지금보다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전기차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급속 충전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게 되고, 이용률이 높아지면 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전기차 비중이 7~10%는 돼야 급속 충전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국에 등록된 전체 차량이 약 2,500만 대이고, 이 가운데 전기차 보급대수는 아직 약 40만 대이니 비중은 2% 수준입니다.

전기차 보급이 지금의 4배 수준, 175만 대 이상 돼야 하는 겁니다.

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시점을 2025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실제 충전기가 늘어나는 속도가 늦은 이유입니다.

<앵커>

전기차 보급은 환경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정부가 급속충전을 중심으로 보조금 체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정부는 오는 2025년 급속 충전소를 주유소 숫자에 버금가는 1만2천 곳으로 늘릴 계획인데요. 특히 전국 197개 각각의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초급속 충전기 15기를 설치 예정입니다.

취재 결과 정부 역시 급속충전기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2025년부터 급속 충전 중심으로 보조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환경부 관계자는 "완속 충전기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내년까지만 하고, 급속 중심으로 보조금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급속 충전기 설치비용의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현재는 350킬로와트 이상 초급속 충전기는 한 기당 최대 7,500만 원, 200킬로와트 충전기는 최대 4천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김성오

영상편집: 김민영

영상CG: 이다은